옛 전남도청 옆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복합전시장. 로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다. 오방색의 천 조각을 엮어 만든 설치 작업은 건물 엘리베이터 내부까지 스며들 듯 이어져 있다. 관람객은 오방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시장으로 이동한다. 아시아의 역사와 감각, 인간 이후의 공동체를 상상하는 거대한 전시 <2026 ACC 주제기획전-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닿는다.
지난 14일 ACC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기후 위기와 전쟁,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 거대한 전환기를 인간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마련됐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와 우주를 함께 바라보는 행성적 시각, 서구 중심 질서와 다른 아시아의 역사와 감각, 기존 공동체에서 배제돼 온 존재들과의 공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1970년대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먹으로 그려낸 인간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현대무용가로 잘 알려진 안은미의 설치미술 작업도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국제 미술계와 퍼포먼스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공동체와 개별 존재의 경계를 질문하는 작업 ‘동방곡곡차이사이밥상’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에는 ACC가 소장하고 있던 아시아 7개국의 62점의 유물이 활용됐다.
전시 중반부에 놓인 윤형근의 ‘Burnt Umber(다색)’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증언하는 이 작품은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기둥의 형상을 통해 당시의 아픔과 연대의 힘을 동시에 드러낸다.
일본, 몽골, 인도, 태국,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9개국 31인(팀)이 참여한 102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회화와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 장르도 다양하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광주=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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