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거쳐 서울 찾는 세계 초연 오페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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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ACC · SPAF 공동 제작 프로젝트
세계적 성악가와 '오징어 게임' 배우 등 출연
연출가 박본 신작...성악, 연기, 무용이 더해진 '오페라극'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포스터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포스터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우리는 누구의 전쟁을 믿고 있는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공동 제작한 신작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이 29부터 이틀 간 광주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세계 초연된다. 이 작품은 ACC와 SPAF가 처음으로 손잡고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극' 공연이다.

2024년 창작자 선정과 연구·개발, 2025년 과정 공유 공연을 거쳐 완성된 작품으로, 광주 공연 이후 10월,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남을 이어간다. 이번 공연은 주한독일문화원의 후원 아래 제작된 한·독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세계 초연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무대 리허설 장면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세계 초연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무대 리허설 장면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작품의 배경은 마법과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다. 엘프와 마법사, 과학 기술로 무장한 괴물과 신비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에는 세 개의 강력한 국가가 존재한다. 오랜 세월 친구이자 경쟁자로 공존해 온 이들은 100년 넘게 평화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왜곡된 서사, 불안과 불신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세 나라는 제3차 전쟁에 돌입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이 전쟁을 영웅담이나 선악 구도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객은 세 종족 각각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경험한다. 처음에는 특정 종족의 입장에서 상대를 악으로 여기지만, 시점이 바뀔 때마다 이전까지 정의라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린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진다. 작품은 끊임없이 관점을 뒤집으며 '누가 옳은가'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믿게 되었는가'를 묻는다.

세계 초연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무대 리허설 중 소프라노 임선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세계 초연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무대 리허설 중 소프라노 임선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이 작품이 다루는 대상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실제 전쟁을 경험하기보다 뉴스와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쟁을 접하는 현대인의 인식 방식에 가깝다. ACC는 "미디어가 형성한 이미지로만 전쟁을 인식하는 오늘날 대다수 현대인의 시각을 통해 갈등과 분열, 선택의 문제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극작과 연출은 독일 동시대 연극계를 대표하는 창작자 박본이 맡았다. 그는 2011년 희곡 <젊은 2D 슈퍼마리오의 슬픔>으로 하이델베르크 연극제 혁신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삼십억 자매, <으르렁대는 은하수> 등을 통해 강렬한 서사와 음악적 상상력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였다.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에 출연하는 성승정과 박선화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에 출연하는 성승정과 박선화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오페라와 연극, 무용, 합창을 결합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 음악 역시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독일 출신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벤 뢰슬러가 참여해 박본 특유의 서사와 음악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전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연기와 노래, 음악, 무용, 합창을 결합한 미학적 형식으로 풀어내며 오페라와 연극 사이의 새로운 장르를 제시한다.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연습 현장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 연습 현장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출연진도 화려하다. 세계적 소프라노 임선혜를 비롯해 테너 김효종, 베이스 전태현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강애심과 박소연, 아누팜 트리파티, 이세준 등의 배우들과 성승정, 박선화 등 두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성악과 연기, 무용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이질적인 조합 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경계 허물기의 연장선이다.

지휘자 김성진이 지휘하는 앙상블 블랭크외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음악을 맡았다. 다양한 국내 오페라 작품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최요한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김성미가 배우들의 음악과 발성 코치를 맡아 힘을 보탰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가 편집한 영상과 기사,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통해 전쟁을 바라본다. 그래서 <세 번째 전쟁>이 던지는 질문은 판타지 세계 속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음악과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된 오페라극 <세 번째 전쟁>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쟁은 총성이 울릴 때 시작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적이라고 믿는 순간 이미 시작된 것일까.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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