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제품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동안 부진하던 대(對)중국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유럽과 중동은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떠올랐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기기 수출도 급증하며 뷰티산업의 고성장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시 늘어난 화장품 중국 수출
6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잠정 수출액은 지난달 9억2526만달러(약 1조3548억원)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작년 10월(9억9387만달러) 이후 월간 최대 수출액 기록이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물량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며 고성장을 견인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달 1억975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7% 늘어났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현지 소비 심리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땐 주요 화장품 제조업체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대미 수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3월 잠정 수출액은 1억524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08% 불어났다.
한국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올라섰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 확산으로 스킨케어(기초 화장품) 강자인 K뷰티 제품에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커머스 내 K뷰티 매출의 86%가 스킨케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대미 화장품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25%의 관세율은 부담스럽지만, 제품 가격이 10% 안팎 오른다고 전제했을 때 미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동 성장세 눈길
화장품업체들은 최근 K뷰티 수출의 ‘블루오션’으로 유럽과 중동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뷰티산업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두 달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2월과 3월 수출 금액은 각각 1287만달러, 1224만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159.46%, 195.73% 급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3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0.88% 오른 2421만달러를 기록했다. UAE 화장품 수출이 2000만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지역별 화장품 수출을 보면 유럽과 중동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에이피알, 클리오, 브이티 등 주요 브랜드의 신규 성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중동 주요 나라의 K뷰티 수출액 순위는 아직 5위 안에 들지 못한다”며 “유럽의 화장품 수입액이 미국의 세 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 열리는 중”이라고 기대했다.
◇K미용기기에 쏠린 눈
국산 미용 의료기기를 향한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용 레이저 장비 및 부속품 수출 금액은 지난달 1억28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최대 수출 대상국은 미국으로 1년 전보다 28.74% 늘었다. 일본(24.81%), 브라질(29.07%)로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구글 검색 트렌드를 보면 파마리서치의 ‘리쥬란(rejuran)’을 비롯해 클래시스의 ‘볼뉴머(volnewmer)’, 원텍의 ‘올리지오(oligio)’ 등 검색량은 최근 1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한송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미용 의료 시장은 2023년 23조원에서 매년 평균 12%씩 커져 2032년 62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한류, K뷰티 트렌드가 기술력과 결합해 해외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이태호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