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관세면제 추진” 밝혔다 포함… “원유 예외 안돼”→ 예외품목 지정
골드카드-그린란드 병합 등 개입… 백악관 참모들-재계 불만 커져
트럼프, 온건 베선트에 日협상 맡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 세계적 증시 폭락 등 적잖은 부작용을 초래하며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정책을 주관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64)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수성가 기업인 출신인 러트닉 장관이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일관하고 때론 월권까지 일삼아 백악관 참모와 재계 관계자의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이들이 그를 ‘말 뒤집는 독선자’ ‘신뢰하기 어려운 협상 상대’ 등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상무부는 연 예산 110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 직원 5만1000명의 ‘공룡 부서’다. 러트닉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고, 러트닉 장관 대신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맡겼다고 8일 보도했다.
● 말 바꾸기-오락가락 행보로 비판 고조
러트닉 장관은 에너지 업계 관계자와 면담 때 ‘원유를 상호관세 예외 품목으로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원유는 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됐다.
이민 정책 등 담당 업무가 아닌 분야에도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러트닉 장관은 500만 달러(약 72억5000만 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고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파나마 운하 통제권 회복, 캐나다 편입 등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주의 기조를 적극 부추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그가 최근 생방송 인터뷰에서 논의되지 않은 “국세청(IRS) 폐지”를 언급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에게 “TV 인터뷰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9·11 생존자… 정치 야망 커
러트닉 장관은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1961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모친은 유방암으로, 부친은 의료 사고로 잃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하버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캔터피츠제럴드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CEO까지 올랐다.
캔터피츠제럴드는 2001년 9·11테러 당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사무실이 있었다. 러트닉 장관은 당시 사무실에 없어 화를 피했다. 그러나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동생 게리를 포함해 직원 658명이 숨졌다. 이후 회사 이름을 딴 구호 기금을 설립했고 1억8000만 달러(약 2700억 원)를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뉴욕주 태생의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2008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정치적 야심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러트닉 장관이 재무장관직을 원해 베선트 장관과 거듭 충돌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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