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오재원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전 프로야구선수 오재원(39)의 약물 사건에 연루된 두산 베어스 선수 8명에게 '사회봉사' 제재가 내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KBO 컨퍼런스룸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 김민혁, 김인태, 박계범, 박지훈, 안승한, 이승진, 장승현, 제환유 등 8명에 대해 KBO 규약 제151조(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8명의 선수는 소속팀 선배였던 오재원의 강압에 의해 병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 받아 전달했다. 오재원은 2021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야구선수 등 14명으로부터 총 86회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 합계 2365정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오재원은 선배로서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20대 초중반의 어린 후배나 1, 2군을 오가는 선수 등에게 수면제를 처방받아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재원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던 후배들은 자신의 명의로 수면제를 대리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넸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오재원이 일부 후배들에게 욕설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대리처방을 받았던 선수 중 2명은 약식기소했고, 나머지 피의자 중 죄질이 중하지 않은 3명에게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9명에게는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약식기소된 두 선수는 지난달 31일 3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오재원(가운데). /사진=뉴스1 |
KBO는 "선수들이 선배 선수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구단의 조치로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와 같이 제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KBO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 전원을 대상으로 약물 처방에 대한 관련한 철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구단의 선수 처방 내역 관리 등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약 1년간 총 11회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그리고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약 0.4g의 필로폰을 보관한 혐의, 수면제 약 2242개를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2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지인에게 필로폰 0.2g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4개월을 구형했다.
오재원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6년간 프로에서 활약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하며 '오열사(오재원+열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러나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재원.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