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관심 잃은 교육감 선거
정책·예산 막강 권한에도
무효표는 시도지사의 2.6배
자격논란 후보도 대거출마
"교육감 후보들은 공보물이 있어도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투표용지에 기호나 정당명이 없어 투표할 때 막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교육감 선거는 시도의 이른바 '교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선거 정보까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동시에 치러지는 시도지사 선거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전국 시도교육감 투표 무효표는 90만3249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 35만928표의 2.6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교육감 선거 무효표만 21만7449표를 기록해 시도지사 무효표 3만8242표의 5배에 달했다. 2024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는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으로 76억원 넘게 썼지만 투표율은 23.5%에 그쳤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후보들에게도 불리하게만 작용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인의 정책 역량이나 도덕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교육 현안보다 진영 구도와 단일화 명분에 기대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낮은 관심과 부실한 검증, 진영 중심 선거가 맞물리며 교육감 선거의 깜깜이 성격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권한을 공유해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상호 견제가 이뤄진다. 반면 시도교육청 업무는 교육감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다. 정책의 경우 자율형사립고 존폐, 무상급식 예산 편성 등이 교육감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지역 교사의 임용·승진·면직·파면도 교육감 손을 거친다.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한 해 예산이 11조원에 달한다. 비수도권 광역단체 1년 살림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도지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지닌 교육감을 뽑는 선거지만 매번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같은 깜깜이 선거가 된 것은 정당 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교육 현안과 직결된 유권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 '교육의 정치 중립'을 목적으로 직선제로 전환됐다.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해 독립성은 확보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정당이 후보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후보도 출마의 기회가 넓어졌다. 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는 단일화만 강조했고, 이로 인해 교육감 선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치 중립이라는 취지는 유지하면서 후보들의 경력과 전과 등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는 선거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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