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全) 종목 공매도 전면 재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투자자들이 매매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면 재개의 영향을 받아 업종별 차별화가 예상되는 만큼 종목 비중을 미리 조정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달 31일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들은 2023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그 외 종목들은 2020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이다.
공매도(Short Sellig)란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해 주식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통상 공매도 재개 땐 실적 대비 거품이 낀 주가가 제자리를 찾고, 거래량 증대로 시장 유동성이 커지는 순기능이 있다. 기관들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을 얻게 된다. 다만 특정 종목들에 공매도 물량이 과도하게 쏠릴 경우엔 주가가 급락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충격파든 훈풍이든 이번 공매도 부활이 미치는 영향이 극단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금지는 앞서 두 차례 공매도가 금지됐던 때(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와는 상황이 사뭇 달라서다. 2023년 11월의 공매도 금지는 불법 공매도를 끊어내고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때문에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선 공매도가 주가 등락을 키울 것으로 보지만 초기에만 그럴 것이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공정가치를 향해 가격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종목 비중을 조절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 성장 속도가 느리지 않은 종목은 주가가 빠질 때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저성장이 만연한 지금 환경에선 성장 가능성만 보여줘도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이런 종목은 공매도 물량이 나와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 '쇼트 스퀴즈'(주가 상승을 예상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 제한을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2023년 국내 증시의 2차전지 테마가 그 예다.
예고된 대형 증시재료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어떤 종목 비중을 늘리면 좋을까. 증권가 시황·섹터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관점에서 유리한 업종·종목을 추천하고 나섰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실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실적 대비 덜 오른 저평가 종목, 공매도 타깃 가능성이 적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 그리고 실적 개선이 기대돼 '쇼트 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환매수) 가능성이 높은 종목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증시를 주도해 온 방산·우주, 조선, 기계 업종을 거론하며 "올해 매출과 이익 개선이 전망되고 있어 단기 변동성 이후 재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년 개인 순매수가 높을수록 △순현금 비중이 높을수록 △3개월 수익률이 낮을수록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을수록 △최근 거래대금 증가율이 낮을수록 공매도 재개 이후 유리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되는 업종을 분석한 결과, 유리한 업종은 반도체와 호텔·레저, 은행, 자동차, 보험, IT가전 순이다. 종목별로는 현대해상, 삼성SDI, HPSP, 한미반도체, HD현대미포, 유한양행, 카카오페이, LG화학, GS, 삼성에스디에스, 한미약품, DB손해보험, LG, 기아, 삼성전자, 키움증권, 한온시스템, 현대차, 카카오, 한화생명, S-Oil 등을 권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의 반등을 예상했다. 그는 "지난 18일 기준 자동차 업종의 외국인 지분율은 9.3%로 지난해 7월 대비 1.5%포인트 내려갔다"며 "반도체 업종에서의 낙폭(-3.2%포인트) 다음으로 크게 떨어진 것인데,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수급이 확대되면 자동차 업종 매력도도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M과의 협력 기대감을 감안한다면 관세와 관련한 추가적인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며 "양호한 판매와 우호적인 환율로 1분기 실적 위험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