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일방통보'에 신음하는 마이스업계 [MICE]

15 hours ago 3
국제치안산업대전 특별관 이미지 (사진=국제치안산업대전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마이스(MICE) 업계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끈끈하게 유지해온 동맹·협력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다. 갈등의 주체도 공공기관부터 지자체, 업계로 다양해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공공기관의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결국 업계 몫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에 ‘국제치안산업대전’ 개최 장소를 삼성동 코엑스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경찰청은 이미 코엑스로부터 올해 행사 개최가 가능한 행사장과 일정도 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엑스 전시장 임대 절차상 최소 1년 전에는 임대 신청을 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청은 내부적으로 상당 기간 전부터 장소 변경을 준비해온 셈이다.

시와 공사는 사전 협의 없는 장소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과 인천시, 인천관광공사는 2019년 3자 협약을 약을 맺고 매년 경찰의 날(10월 21일)에 지난해까지 총 7번의 행사를 개최했다. 시와 공사는 그동안 전시장 임대료 포함 13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다.

경찰청은 장소 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출품기업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출품기업이 2019년 대비 54% 늘었지만, 관람객은 단 0.02% 증가에 그치면서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장소 변경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참관객을 늘리기 위한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행사 안착에 기여한 공로와 파트너십은 외면한 채 기업 핑계만 대고 있다”며 “경찰청의 주장대로면 모든 행사가 서울에서 여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청의 이러한 입장은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인 지역균형 발전 기조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시컨벤션 전문 회사 엑스포럼이 2023년부터 매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여는 ‘코리아 엑스포’ 행사. 최근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K-박람회’와 ‘K-콘텐츠 플래닛’을 동기간에 열기로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엑스포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콘진원이 해외에서 개최하는 국가 행사도 업계와 갈등을 빗고 있다. 콘진원은 지난 12일 공공기관 온라인 전자조달 및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2026 프랑스 K-박람회’, ‘K-콘텐츠플래닛’ 운영 대행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긴급으로 게시했다.

문제는 지역과 일정이 국내 민간 기업이 여는 ‘코리아 엑스포’와 겹친다는 점이다. 전시컨벤션 전문회사 엑스포럼이 여는 행사는 올해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전시장에서 열릴 에정이다. 엑스포럼이 2023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이 행사는 K뷰티와 K푸드, K라이프스타일, K콘텐츠, K투어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박람회다. 엑스포럼 측은 “총 6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 행사에 예산을 자체 조달하는 민간 행사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콘진원 행사 개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품기업 유치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라며 답답해했다.

콘진원은 일정, 지역이 겹치는 건 알지만, 행사 성격이 달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민간과의 협업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도 남겼다. 콘진원 관계자는 “코리아 엑스포가 종합 박람회라면 콘진원 박람회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외교 행사”라며 “오히려 두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 화제성에서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앞에서 열린 ‘코엑스 리모델링 과정 중 무역협회의 독선적인 행보에 대한 규탄대회’ 참가자들 (사진=김명상 기자)

대수선(리뉴얼) 공사를 앞둔 삼성동 코엑스와 업계 간 갈등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코엑스 개관 40주년을 맞아 내년 7월부터 2029년 9월까지 공사기간 중 전시장과 회의실 일부를 폐쇄하기로 했다. 전시장(A·C홀)과 2층 더플라츠와 스튜디오159, 3층과 4층 콘퍼런스룸 등 2년이 넘는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는 전시장, 회의실만 전체 시설의 60%에 달한다.

매년 코엑스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시·박람회는 당장 내년부터 규모를 줄이거나 개최 장소를 바꿔야 할 상황이다. 서원익 한국전시주최자협회장은 “시장의 공백을 초래해 업계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협회와 코엑스는 26일 업계를 대상으로 리뉴얼 공사와 시설 운영 중단 관련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