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팬미팅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우리카드 김지한.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제 자신과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습니다."
이젠 어엿한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음에도 김지한(26·우리카드 우리WON)은 만족을 몰랐다.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체제로 처음 출범한 우리카드는 2024~2025시즌을 최종 4위로 마무리했다. 2라운드부터 발생한 외국인 선수의 부상, 교체 외인의 기복과 부진으로 시즌 내내 위로 치고 나갈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시즌 후반까지 봄 배구를 겨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지한이 중심을 잡아준 것이 컸다. 올시즌 김지한은 시즌 36경기 중 35경기에 출장하며 467득점(리그 9위), 공격 성공률 47%(8위), 리시브 효율 36%(10위) 등으로 2년 연속 공격 종합 톱10을 달성했다.
최근 장충체육관 내부 한 카페에서 열린 우리카드 팬 미팅에서 만난 김지한은 스타뉴스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새로운 감독, 코치님과 함께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지만,사실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우리카드도 지난 몇 년간 V리그를 강타한 외국인 사령탑 흐름에 동참한 팀 중 하나다. 2024~2025시즌 남자부 7개 팀 사령탑 중 5개 팀이 외인이었고, 선수들도 각기 다른 외국인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과도기에 있었다. 김지한도 그중 하나였다.
김지한은 "감독님이 추구하는 배구가 있다. 그 시스템 안에서는 플레이가 자유롭지만,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파에스 감독님은 확실히 서브가 강한 걸 원하신다. 범실은 뭐라고 하진 않으신다. 아웃된 건 오히려 잘했다고 하는데 블로킹에 걸리는 걸 많이 싫어하신다. 또 리바운드나 연타 페인트 같은 것도 많이 원하셔서 다들 연습을 엄청 많이 했는데 우리가 올 시즌 잘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우리카드 김지한(왼쪽)과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우리카드 김지한(오른쪽)과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스스로 가장 자책한 부분도 서브였다. 올해 김지한의 세트당 서브 성공률은 0.148(리그 16위)로 최상위 공격수 중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 세트당 평균 0.461개의 블로킹을 곧잘 해냈음에도 목표로 했던 트리플 크라운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도 그 이유였다.
김지한은 "올 시즌 내 서브는 효율이 떨어졌다.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야 그다음이 이어지는데 올해 내 서브는 범실 대비 에이스가 적었다"며 "올 시즌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이 확실히 서브가 좋았다. 대한항공도 플로터가 괜찮았고 확실히 상위권 팀들이 서브가 까다로웠다. 이번에 국가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많이 물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스스로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감독님께서 대표팀 일정도 고려해 시즌 후 휴가를 주셨지만, 따로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숙소에 남아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특히 서브를 가장 많이 고치고 잘하고 싶어서 내 영상도 많이 보고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 김지한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팬미팅에서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꼼꼼히 읽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배구단 제공 |
우리카드 김지한(왼쪽)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팬미팅에서 자신의 입간판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배구단 제공 |
그런 와중에 구단과 함께 마련한 팬 미팅은 김지한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카드 구단은 멤버십 회원 중 신청자를 받아 약 90분간 팬 미팅을 진행했다. 선수로는 세터 한태준과 김지한이 각각 1부, 2부를 나눠 맡아 팬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나눴다. 평소 쑥스러움이 많은 김지한이지만, 음료를 제조하고 서빙하면서 퀴즈와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카페에 마련된 아기자기한 현수막과 입간판 등은 모두 이벤트 선물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간 장면은 팬들이 보낸 사연을 직접 고를 때였다. 김지한은 유독 자신의 배구를 보며 힘을 얻었다는 팬들의 사연에 뭉클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지한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건 중학교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경기를 처참하게 져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프로에 와서도 '지금 이렇게 할 거면 배구를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최근 2~3년이 더욱 그랬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그런데 팬분들이 보낸 편지에 그런 내용이 많다. 내가 코트에서 열심히 하고 소리 지르는 모습에서 현실의 자신에게 힘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도 힘을 얻지만, 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카드 김지한.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우리카드 김지한.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 기준이 꽤 높았다. V리그에서 잘하는 공격수 중 하나가 아닌 우리카드와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에이스가 될 수 있길 바랐다. 김지한은 "팀을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단순히 '쟤 잘하네'보다 선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로 불리고 싶다. 이젠 우리카드가 김지한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선수,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올해 9월 12일부터 28일까지 열릴 2025 세계 남자배구선수권대회는 달라진 김지한의 성장세를 가늠할 좋은 무대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핀란드와 함께 C조에 속한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은 11년 만에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16강 진출을 목표로 한다.
김지한은 "엄청 오랜만에 나가는 대회라 많이 기대된다. 그동안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할 기회가 없었고,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보니 나를 비롯해 우리가 성장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선수들이 엄청 많다. 이번 대회에서 주전 공격수가 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리고 올해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대표팀에서는 확실히 기량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정규시즌 때 그걸 가져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잘해서 다음 시즌까지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우리카드 김지한(왼쪽)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팬미팅에서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배구단 제공 |
우리카드 김지한이 지난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