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골드만삭스가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 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1.8%로 유지했다. 다만 한국의 충분한 통화 및 재정정책 여력에 주목한다는 평가도 내놨다.
[골드만삭스 제공] |
골드만삭스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부결 후 한국 전망을 다룬 ‘짧았던 계엄 상황의 여파-거시경제 및 정책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하락과 함께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이 이미 준비되고 있다”며 “또 국내 재정 여력을 감안했을 때 과도기에 달해있는 정치가 안정을 되찾고 후속조치가 명확해지면 재정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단기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도 봤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 등의 대부분 헤지되지 않은 대규모 해외 자산은 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발생하거나 비정상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외환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추진력도 대중과 정치권 전반의 지지를 받으며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분기별로 25bp(1bp=0.01%p) 인하해 2025년 중반 기준금리는 2.2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현재 한국 경제가 과거 탄핵 국면이 펼쳐졌던 2006년, 2016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6년은 중국 경제 호황이 2016년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수출 둔화와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교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의존국들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1.8%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여당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질서있는 퇴진’이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회에서 200석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새로운 정부가 늦어도 2025년 초여름 안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