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과소비 구조 탈피 위한 전문가 제언
가전·보일러등 교체땐 보조금
캐시백 대폭 늘려 참여 유도를
AI기반 공정 효율화 나설 필요
건물 에너지 감축한 독일처럼
빌딩 금융지원 정책 참고할만
최고가격제 지속땐 부작용 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에너지를 확보하는 수준의 단기적 처방을 넘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구조 개혁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한국 경제가 고질적인 '에너지 다소비 구조'에서 탈피해 실시간 데이터 관리와 고효율 설비 전환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기업과 가정에서 구체적인 설비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단순히 덜 쓰는 것을 넘어 공정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열역학적 손실을 계산하고, 최적의 운전 조건을 유지해 연료 사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KfW 그린빌딩 프로그램은 저금리 융자를 통해 건물 에너지 소비를 40% 이상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한국도 유사한 금융 지원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에서도 가전·보일러·건축물 등을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고 정부는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조명은 발광다이오드(LED) 등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고, 자동차도 연비가 높은 차량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가전제품 역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주거 환경에 대해 손 교수는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가격이 높지만 에너지 소비는 훨씬 적은데, 건축주가 초기 비용을 줄이려 저렴한 설비를 선택하고 비용은 입주자가 부담하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며 "고효율 설비 설치를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도 민간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캐시백 제도의 대상 범위와 환급금액을 대폭 확대해 국민적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비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수요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현재 산업현장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요 관리 정책도 주로 에너지 설비의 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공정과 운용 체계의 전체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다양한 부문을 시스템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연결하고 모니터링하는 쪽으로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한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임 공동대표는 "덴마크처럼 바이오매스, 쓰레기 소각열, 산업 폐열, 대형 히트펌프 등 다양한 열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것은 (전력)계통 안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매점매석 금지 고시, 승용차 요일제 등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최고가격제에 대한 전문가 시각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너무 낮은 가격으로 억제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에너지 가격이 싸다고 인지해 수요 관리에서 좋은 시그널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교수 역시 "공급 확보에만 집중된 현재 정책은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설계가 사실상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은 시장 원리에 맞게 정상화하되 '취약계층 정밀 지원'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이 문제가 되면 가격으로 푸는 게 아니라 바우처 지급 등 핀셋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매점매석 금지 고시, 승용차 요일제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렸다. 신 교수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통해 시장 혼란을 단속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승용차 요일제는 긴급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 하더라도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단속 과정에서 행정 비용이 발생하고, 국민 불편이 큰 데다 실제 이행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강인선 기자 / 곽은산 기자 / 신유경 기자 / 강민우 기자]

![[인사]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https://image.edaily.co.kr/images/content/defaultimg.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