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피마르는 中企…"1500원에 들여온 원자재, 1300원에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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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기도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해결책이 없습니다.”

방산 부품 중소 제조업체 대표 A씨는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에 대한 대책을 물어보자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걱정돼 은행에서 상담받았더니 환헤지(위험 회피) 상품 수수료가 너무 비싸 가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비용 부담 때문에 환율을 전담할 인력도 두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1500원 안팎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 장기화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적자를 보면서도 원청 납품가격에 환율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환헤지를 위한 선물환 계약 등을 체결할 때 은행에 계약 금액의 10~20%에 달하는 현금을 증거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수수료 부담도 큰 데다 금융권이 요구하는 최소 거래 단위(건당 수십만달러)를 맞추기도 어렵다. 은행이 요구하는 엄격한 수출 실적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것도 애로 사항이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한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의 피해가 크다는 전언이다.

매출 수백억원 규모의 자동차 중소 부품업체 대표 B씨는 “당장 운영 자금도 빠듯한 중소기업이 환헤지를 위해 현금을 담보로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동종업계 기업 중 환헤지를 하고 있다는 기업인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 중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은 전체의 87.9%에 달한다.

업계는 일부 대기업이 고환율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담을 협력사에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산, 태양광, 배터리용 부품을 납품하는 중견 제조업체 대표 C씨는 “최근 원청과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원자재 수입 환율 기준을 1300원대로 정했다”며 “현 시세 대비 200원 안팎의 부담을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도 “지금처럼 환율이 널뛰기하는 장세에서는 원자재 대금을 결제할 때마다 피가 마른다”고 호소했다.

고정 환율을 기준으로 납품가격을 정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간 거래처럼 환율을 납품가에 연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C씨는 “환율이 빠르게 오르더라도 원청은 납품가격에 반영해주지 않거나 늑장 반영하는 관행이 만연하다”고 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등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느냐는 질문엔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일감이 끊길까 봐 바로 접었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환 리스크 상품 가입을 권유하거나 환 리스크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환헤지 상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환헤지는 철저히 기업의 재무 관리 영역이므로 정부가 가입을 강제하거나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이광식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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