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 불가 중년男, 성대 훈련하면 노래방 안 두렵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12 hours ago 5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태국 원장(왼쪽부터)과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고음 개선을 도와줄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태국 원장(왼쪽부터)과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고음 개선을 도와줄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아스이비인후과 제공

“고음이 안 나와 노래방에 가기 싫어요.”

포근한맘요양병원 하태국 원장은 학창 시절 음악 실기시험에서 항상 최저 점수를 받았다. 고음이 잘 안 올라가 노래 부르는 자리에선 늘 주눅이 들었다. 이는 본보 기자도 마찬가지다. ‘고음 불가’ 두 중년남성이 음치 탈출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꽃중년 남성의 목소리 고음 프로젝트’다.

도움을 얻기 위해 목소리 해결사인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을 만났다. 오 원장은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 주치의로 잘 알려져 있다. 오 원장은 ‘50대도 고음이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의 대답은 대부분 ‘그렇다’이다. 오 원장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목소리의 노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면서도 “성대 근육의 효율을 높이고 잘못된 발성 습관을 고치면 목소리 울림을 최적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나이 들면 성대 근육도 약해져

흔히 고음을 내려면 호흡을 강하게 밀어붙여 힘으로 높게 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고음이 부드럽게 나오려면 성대 주변 근육들이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고음이 날 때 성대는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길고 얇아져야 하고, 동시에 성대 본체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떨려야 한다. 여기에 숨을 밀어내는 압력과 목 안의 울림 공간, 그리고 목 주변의 안정감까지 삼박자가 균형을 이뤄야 비로소 편안한 고음이 완성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다른 근육처럼 성대 근육도 힘이 빠지고 부피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성대 근육이 약해지면 성대가 빈틈없이 딱 맞물리지 못해 음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면 우리 몸은 부족한 힘을 메우기 위해 턱이나 목 주변 근육을 무리하게 끌어 쓰게 된다. 흔히 노래할 때 ‘목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다’고 느끼는 현상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태국 포근한맘요양병원 원장(왼쪽)이 고음 훈련 전 성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재국 보아스 이비인후과 대표원장에게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하태국 포근한맘요양병원 원장(왼쪽)이 고음 훈련 전 성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재국 보아스 이비인후과 대표원장에게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 ‘고음불가’ 원인 따라 맞춤형 처방 필요하 원장과 본보 기자는 성대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성대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또 성대가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 확인하는 성대 접촉률 검사(EEG), 낼 수 있는 음의 범위를 점검하는 발성 범위 검사(VDC) 등을 받았다.

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두 사람 모두 ‘고음 불가’라는 똑같은 증상을 호소했지만, 그 원인은 완전히 달랐다. 획일적인 고음 훈련이 효과를 보기 어렵고, 원인에 맞는 맞춤형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하 원장은 낼 수 있는 음역 자체는 충분히 넓지만 높은 음에서 안정성이 뚝 떨어지는 유형이었다. 검사 결과 약해진 성대 속 근육을 대신해 목 주변 근육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 숨을 거칠게 밀어내는 버릇이 확인됐다. 이런 사례는 음을 더 높이 올리는 훈련이 아니라 목의 힘을 빼고 성대 속 근육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본보 기자는 근본적으로 낼 수 있는 음역 자체가 좁아 고음역으로 진입조차 못 하는 상태였다. 소리를 낼 때 목 안(인두) 공간을 너무 좁게 쓰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성대가 길게 늘어나며 팽팽해질 틈도 없이, 고음으로 넘어가기 전 목구멍과 소리 통로가 먼저 꽉 막혀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유형은 소리가 지나가는 목 안의 울림 공간을 넓혀주는 음역 확장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

● “성대가 촉촉해야 고음 발성 유리”

오 원장은 본보 기자에게 평소에 목소리를 넓게 쓸 것을 권했다. 목구멍을 열어줘야 하는데 구조상 소리를 납작하게 내고 있어 고음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특정 고음(2옥타브 레, 미) 부근에서 막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원장은 “납작한 소리를 넓히기 위해 평소 한숨을 쉴 때 나는 ‘하아~’ 소리를 늘 염두에 두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하 원장에게는 ‘음~아’ 소리를 내며 콧노래를 부르는 허밍 훈련 처방이 내려졌다. 높은음들을 먼저 허밍으로 편안하게 잡은 뒤 이를 실제 소리로 바꾸는 연습을 통해 평소 나지 않던 고음을 부드럽게 낼 수 있도록 숙제를 준 것이다.

평소 고음 관리를 위해서는 성대 주변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음을 낼 때 성대는 초당 440번 이상 진동하기 때문에 마찰열이 생기기 쉽다. 일상에서 배추나 오이처럼 수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성대에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 원장은 “고음은 타고난 신체 구조와 발성 습관, 후천적 노력의 합작품”이라며 “타고난 조건이 출발점을 결정할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자신의 발성 패턴을 얼마나 정확하게 교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음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확한 의학적 진단과 과학적인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성대도 평생 단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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