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득찬 강원대 RISE(ANCHOR)사업단장 인터뷰
국내 처음 ‘1도 1국립대 통합 체제’ 구축에 성공한 강원대학교가 RISE(ANCHOR)사업으로 지역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강원도 살리기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RISE(ANCHOR)사업은 대학과 지역,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 혁신 모델이다. 사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지역 산업 수요 기반의 인재 양성과 기업 성장, 산학 협력, 주민들이 머무르는 정주 생태계 구축까지 대학이 중심이 되어 지역을 살리는 초광역 플랫폼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지역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지역 대학의 역할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산업과 인재, 기업을 연결하는 혁신 거점으로 기대가 크다.
매일경제신문은 15일 이득찬 강원대학교 RISE사업단장을 만나 추진 2년째를 맞고 있는 대학의 특화된 RISE(ANCHOR)사업의 성과와 방향에 대해 들었다. 또 강원대학교와 함께 성장하는 10개 지역 기업을 선정해 순차적으로 조명하며 기술 고도화와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등 현장에서 나타나는 성과와 변화도 함께 짚어본다.
“바이오·미래에너지… 지·산·학·연 협력”
“RISE(ANCHOR)사업은 단순 대학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성장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강원대학교 RISE(ANCHOR)사업은 인재와 산업, 일자리가 선순환하는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이득찬 강원대학교 RISE사업단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대학도 지역과 함께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며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정착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지역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대학 역할론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 역시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ANCHOR(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로 재정립하며 대학과 지역 산업의 연계 기능 강화에 나선 상태다. 단순한 대학 재정지원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인재, 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 단장은 “RISE(ANCHOR)사업을 통해 대학이 지역 문제를 직접 설계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대학이 경쟁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지역 전략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정착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RISE(ANCHOR)사업은 대학만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 성장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강원대학교는 이에 맞춰 강원 미래산업과 연계한 산학관 협력을 확대하며 지역 혁신 거점 역할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학 RISE(ANCHOR)사업 협의체(G-Tech 브릿지)를 중심으로 지·산·학·연 협력 기반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바이오헬스와 미래에너지, 반도체 같은 첨단전략산업은 물론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와 푸드테크, ICT(정보통신) 등 지역 특화산업까지 연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4개 캠퍼스와 지역 혁신산업 유기적 연계”
특히 올 3월 첫 출범한 ‘1도 1국립대’ 체제를 기반으로 춘천·원주·강릉·삼척을 연결하는 4개 멀티캠퍼스 체계를 운영하며 강원 전역을 아우르는 초광역 혁신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춘천은 바이오 중심, 원주는 의료기기·디지털헬스, 강릉은 해양바이오, 삼척은 미래에너지 중심의 특성화 전략을 다지고 있다.
이 단장은 “강원대학교의 차별점은 강원도 전체를 아우르는 4개 캠퍼스가 지역 산업군과 함께 움직이며 산업 생태계를 키워간다는 점”이라며 “공동기획부터 기술개발, 실증, 기술사업화, 투자연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장비 공동활용 시스템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대학의 첨단 연구 인프라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각 캠퍼스가 지역 산업과 연계해 역할을 분담하고 강원 전체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워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RISE(ANCHOR)사업을 통해 산학협력 방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단장은 “기존에는 대학이 개별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지자체와 기업, 혁신기관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에는 계약학과와 장기현장실습, 창업지원, 기술사업화처럼 취업과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현장 중심 프로그램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수요를 반영한 현장형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제는 대학이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이 실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함께 키워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과 대학이 함께 움직여야 지역 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허 출원·기술이전… 1차년도 성과 두각”
사업 첫해부터 가시적인 결과도 나타났다. 특허 출원과 기술이전, 공동 R&D, 창업 성과 등 주요 지표 대부분이 목표치를 웃돌았다. 1차년도에 산학공동 기술개발 31건, 기술이전 17건, 기술이전 수입료 3억6000만원, 국내․외 특허출원 68건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이 단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학 연구성과가 실제 기업 성장과 지역 산업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특허와 기술이전이 사업화로 이어졌고 기술창업 분야에서는 투자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 사례로는 지역 기업 비티에너지가 꼽힌다. 비티에너지는 사업단 투자 연계 프로그램(G-Tech Innovation)을 통해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2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 단장은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대학 기반 기술지원이 실제 투자로 이어진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창업기업 10개사는 일본 도쿄 현지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계약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CES 2026 통합강원관 참여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도 넓혀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단장은 “항체바이오신약과 정밀의료, 스마트헬스케어 분야 공동 R&BD를 통해 특허 출원 36건과 기술이전 11건 등을 기록했다”며 “대학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실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지역 기업들이 수도권 연구기관이나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학 연구 인프라를 지역 안에서 활용하면서 기술협력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대학교가 강원도내 대학들 가운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단장은 “강원특별자치도 RISE센터가 설정한 주요 성과 지표 상당 부분을 강원대학교가 맡고 있을 정도로 역할 비중이 크다”며 “흔히 형님 대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그런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대학과 경쟁하거나 성과를 독점하기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강원대학교 혼자만 성장하는 방식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지역 대학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지역 전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삶의 질·평생교육 뒷받침돼야 정주 가능”
주민들이 머무르는 정주 문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단장은 “사람을 붙잡으려 하기보다 머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지자체들이 기존 주민 중심 정책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한 환경 조성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화·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를 자주 체감한다고 했다. 이 단장은 “젊은 층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결국 생활 환경과 문화 공간이 중요하다”며 “지역 안에서도 충분히 즐기고 생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일자리만 만든다고 정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실제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생교육 기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청년층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재교육이 필요한 중장년층도 산업 현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생교육 역시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재교육 시스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이 단장은 “대학 역시 기존 학위 중심 교육에서 현장형 교육과 재교육 기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며 “평생교육과 재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지역 산업 생태계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도 짚었다. 그는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는 결국 창업 과정에서 나온다”며 “중견·중소기업이 그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하나가 제품 하나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며 “대학과 지역이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단장은 “앞으로도 지역과 대학,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지역 인재가 지역 안에서 배우고 성장해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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