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수거함 난립하면서
무단 투기·악취·통행 방해
지자체 10곳중 2곳만 대책 마련
“설치와 수거 기준 확립해야”

제주시가 강제 철거에 나선 이유는 무분별하게 설치된 의류수거함으로 인해 쓰레기 투기와 악취, 통행 방해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폐의류 수거는 법적으로 지자체 관할이지만 실제 수거와 수거함 운영은 민간업체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설치 장소와 규격, 운영 기준 등에 대한 통일된 관리 체계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민간업체들이 사실상 임의로 의류수거함을 설치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수거함 규격을 통일하고 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의류수거함 운영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국환경연구원이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폐의류 또는 의류수거함 관련 조례·지침을 둔 곳은 53곳(23%)에 그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국 의류수거함 표준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에서 지자체에 신고된 의류수거함은 9571개다. 조례 등을 통해 관리되는 수거함만 집계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0년 전인 2016년 추산한 규모만 10만5758개에 달했다.폐의류·폐섬유류 발생량은 2020년 48만170t, 2021년 53만91t, 2022년 48만7613t, 2023년 52만3537t, 2024년 49만2515t으로 매년 50만 t 안팎이다. 막대한 규모의 폐기물 관리 체계가 사실상 민간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 이른바 ‘올드머니룩’ 유행으로 구제 의류 수요까지 늘면서 의류수거함 설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제주의 한 의류수거함 업체 관계자는 “헌 옷 대부분은 kg당 300~500원에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팔린다”며 “해외로 보내기 전에 헌 옷을 한곳에 집하하면 빈티지 업자들이 보물찾기하듯 명품 의류를 골라낸다. 통상 한 벌당 2000~3000원에 거래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폐의류 수거 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수거함 설치 장소와 수거 기준, 관리 책임 등을 지자체 조례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 수거 거점을 만들거나 앱 기반 의류 수거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학균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의류 생산기업에 수거·처리 비용 등을 부담시키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폐의류에도 적용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의류환경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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