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 승인을 앞둔 가운데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종전 MOU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양국은 각각 최종 승인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MOU 초안에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고, 연장된 휴전 기간에 이란 비핵화 관련 합의를 도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핵 협상 상황에 맞춰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고,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미국 매체에 보도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자금 동결 해제 조치가 포함된 잠정 합의안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란이 미국의 제안에 답변하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적 타결을 원하는 대외적 명분과 국내 정계의 거센 반발, 그리고 가뜩이나 악화된 민심 사이에서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미 정계 내부, 특히 공화당 내 강경파와 야당은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이란 테러 정권에 자금을 흘려보내는 꼴”이라며 ‘양보성 합의’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 장기화로 원유 가격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가 치솟으면서 일반 국민들의 민생 불만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표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란에 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먼저 내주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다가오는 선거에서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을 확실히 굴복시켰다는 결정적 증거 없이는 선뜻 서명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NYT는 이날 당국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MOU에 담긴 잠정 합의 조건을 국내 반발 여론과 경제적 민심을 의식해 대폭 강화했으며, 관련 수정사항을 반영한 문서를 다시 이란 측에 발송했다고 전했다.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대내외적 리스크를 동시에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미국과 이란의 국지전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미군은 이란 항구를 향해 항해하려던 감비아 국적의 한 상선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해당 상선이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를 향해 국제 수역을 통과하는 것이 목격됐다”며 “선박에 미 해상 봉쇄 위반을 통보하고 20차례 이상 경고를 보냈다”기 전했다. 이 선박은 발사된 미사일에 의해 무력화됐으며, 더는 이란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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