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서른 즈음에'… 포크 명곡, 뮤지컬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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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서른 즈음에'… 포크 명곡, 뮤지컬이 되다

입력 : 2026.05.03 15:52

주크박스 뮤지컬 내달 개막
송창식 '피리부는 사나이'
일제시대 청춘 이야기 담아
김광석 30주기 맞아 '그날들'
靑경호실 우정·사랑 그려

뮤지컬 '그날들'의 2019년 공연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의 2019년 공연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1975년 송창식은 청춘들에게 거침없이 떠날 것을 외쳤고, 1994년 김광석은 이미 떠나간 청춘을 읊조렸다. 시대는 다르지만 여전한 생명력으로 청춘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한국 포크송 두 전설. 그들의 노래가 올여름 뮤지컬 무대 위에 나란히 선다. 국립정동극장은 오는 6월 12일부터 8월 2일까지 송창식의 히트곡 20곡으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 '피리 부는 사나이'를 초연하고,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는 김광석의 명곡을 엮은 '그날들'이 7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극을 위해 새로운 넘버를 작곡하는 대신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곡들을 바탕으로 서사를 구성하는 장르다. 검증된 음악을 활용하기 때문에 관객이 낯가림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송창식의 히트곡 20곡으로 극 전체를 구성한 최초의 본격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2년부터 대학로에서 시즌제로 공연된 소극장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가 동명곡을 모티브로 제작된 바 있으나, 그 작품은 한 곡에서 영감을 받아 독자적인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192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특정 영웅의 일대기가 아닌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예술과 사랑, 독립을 향한 열망을 키웠던 이름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피리 부는 사나이' '고래사냥' '담배가게 아가씨' '가나다라' 등 명곡이 담겼다. 국립정동극장과 아트로버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며 정찬수 작가, 심설인 연출, 한혜신 편곡, 박재현 음악감독 등 젊은 창작진이 참여했다.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삽입된 '고래사냥'과 '왜 불러'는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청춘의 상징이 됐다. 특히 경찰을 피해 청년들이 달아나는 장면에 깔린 '왜 불러'는 공권력 조롱을 이유로 금지곡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기 자유를 노래하며 청춘을 위로한 곡들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당시 청춘들의 저항과 자유의 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송창식의 음악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순수함과 자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며 "일제강점기 청년들의 모습은 1970년대 청년 문화의 뿌리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날들'은 2013년 초연 이후 누적 600회 공연을 기록하며 올해 7번째 시즌을 맞는 국내 대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올해는 고 김광석 30주기를 기념해 KT지니뮤직이 제작사로 참여해 첫 뮤지컬 작업을 진행한다.

장유정 연출은 김광석 음악의 핵심 정서를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위로"라고 정의한다. 작품의 무대를 청와대 경호실로 택한 이유도 여기에 닿아 있다. 장 연출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을 쓰기 전 김광석의 친구, 가족, 팬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이었다"며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지키는 직업, 경호원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1992년 청와대 경호실에서 시작한다. 신입 경호관 정학은 자유분방한 동기 무영과 우정을 쌓아가던 중 한중 수교를 앞두고 신분 불명의 '그녀'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러나 정부가 그녀를 제거하려는 사실을 알게 된 무영이 그녀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20년 뒤 경호부장이 된 정학 앞에 대통령의 딸 하나와 수행경호관 대식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과거와 현재의 두 실종 사건이 겹쳐지며 '그날'의 진실이 풀려간다.

경호관들의 액션 장면에 아크로바틱과 무술을 접목한 군무가 김광석의 노래와 맞물리는 연출은 이 작품의 시그니처로 꼽힌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 20여 곡이 극에 흘러나온다. 정학 역에 엄기준·류수영·최진혁·김정현, 무영 역에 박규원·윤시윤·산들·유선호 등 베테랑과 신예가 함께 캐스팅됐다. 2023년 안정적으로 10주년 공연을 올리며 완성도 측면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공연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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