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열사 간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는 사외이사(독립이사)만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결정하는 방안이 사실상 의무화된다. 상장폐지 등을 위해 공개매수를 할 때(소수주주 축출거래)는 이사회가 공개매수 가격 산정 근거, 유사 사례 등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이들 합병 또는 공개매수 거래 때 필요한 주식 가치나 합병가액은 가급적 독립된 외부 기관이 산정해야 한다.
법무부 산하 ‘이사 행위 규범 가이드라인 제정 태스크포스(TF)’는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선진법제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사 행위 규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됐지만 주주로부터의 손해배상에서 면책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기업의 혼란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는 10월 TF를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TF는 오는 23일 최종 회의를 거쳐 내년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이사회의 의사 결정을 자문하는 특별위원회 설립이다. 계열사 간 합병 등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거래를 할 때 상장사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적어도 자문을 받거나 전권까지 위임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로 채우고, 미공개 정보 접근 권한을 주도록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은 또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할 때 이사회가 ‘공개매수 의견 표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개매수 가격 산정 근거 등이 표명서에 담길 예정이다. 다만 계열사 간 합병 등에서 소수주주 과반의 승인을 얻도록 강제하는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률이 아니라 ‘연성규범’이지만 대부분 상장사가 소송 회피 등을 위해 준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해상충 M&A 땐…'사외이사 별동대' 만들어 소송 리스크 줄인다
"상법개정 혼란 막자"…논란 여지있는 딜, 독립이사 꾸려
지난 7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경제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무차별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손해배상 등 이사의 법적 리스크(위험)에 대비하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이 급증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18일 공개된 법무부의 이사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은 주주 권익 보호란 개정 상법의 취지는 살리되 동시에 이사의 적절한 행동 반경을 설정해주려는 일종의 상법 개정 후속 조치다. 다만 중소 상장사 입장에선 준수해야 할 기준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이 ‘문제의 거래’로 적시한 계열사 간 합병·상장폐지 거래 등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 “이사가 ‘노력 증거’ 제시하라”
이날 법무부 이사 행위규범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TF)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계열사 간 합병 등 이해 상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엔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안이 포함됐다. 주주 소송이 벌어질 경우 법원이 일차적으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계에선 사실상 의무화 조항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위는 비밀유지 의무 이행을 전제로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별도의 비용 보전을 받거나 배상책임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이사회 위임 결의·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 특정 조건을 채우면 이사회 전권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TF 단장을 맡은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위는 거래 조건이 형성되는 초기에 설치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는 강화된다. 특히 투자자 원성이 가장 컸던 ‘스퀴즈아웃’(지배주주가 소수 주주의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상장 폐지) 거래의 경우 이사회가 ‘공개매수 의견 표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일반주주 관점에서의 거래 적정성, 공개매수 가격 산정 근거, 유사사례 검토 및 대안적 거래 구조의 존재 가능성을 모두 쓰도록 권고했다. 이밖에 주주 소송이 벌어질 만한 거래는 외부 기관의 검토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주식 가치·합병가액 평가부터 절차의 적법성과 거래 조건의 적절성 등을 전반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TF는 또 손해배상 청구를 피할 수 있는 이사의 경영 판단 원칙에 대해서도 증거를 요구했다. 천 교수는 “이사가 질문과 자료요청을 통해 정보 확보 노력을 했는지, 입체적 분석이 담겼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 영세 기업엔 ‘높은 허들’
현장에서는 사안별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 3명 이상으로 특위를 구성할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영세한 회사는 특위 구성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윤재숙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비용과 인프라 부족에 시달린다”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위 형태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지배주주로부터 받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현실적으로 사외이사가 지배주주의 영향력 아래 놓인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특위에 포함되는 것을 꺼릴 것이라 유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의 합병가액 평가 등도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의뢰 하한선을 정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독립적인 기관을 선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TF는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은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으로 삼지 않았다. MoM은 이해 충돌 소지의 거래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배제하고, 소수주주 다수의 찬성이 있을때만 안건을 통과시키는 제도다. 당초 TF는 해당 제도도 논의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경제계 우려를 받아들여 초안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이시은/정희원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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