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 요원 7명 계엄직후 없애
警, 전현직 간부 줄줄이 구속
확보한 노상원 수첩 집중조사
12·3 비상계엄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수사기관들이 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들의 신병을 확보하며 계엄 사전 모의 정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계엄 임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22일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공작요원 30명과 북파공작원(HID) 팀장(대령) 7명은 계엄이 종료된 다음 날인 지난 4일 각자 임무가 적힌 종이를 파쇄기에 처리해 증거를 인멸했다. 해당 종이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보사 내에선 수사기관이 정보사 윗선뿐 아니라 HID를 이끄는 7명을 불러 문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사는 비상계엄 사건 이후 서로를 ‘계엄파’로 의심하며 ‘계엄파’와 ‘비계엄파’로 나뉘어 조직 내 불신이 높아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보직해임된 뒤 해당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임 모 정보단장은 최근 소령 진급 대상자 이상 공작요원을 전원 집합시켰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영화 ‘신세계’를 언급한 임 단장은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인원이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에선 조직 내에서 프락치로 걸린 등장인물을 드럼통에 넣고 죽음으로 응징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부사가 이번 계엄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히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정보사를 향한 수사당국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수단은 경기도 안산시 소재 노 전 사령관 거주지에서 수첩을 확보했는데, 이날 조사에선 군부대 배치 계획 등으로 추정되는 수첩 문구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안산시 소재 패스트푸드점에서 정보사 간부들과 계엄을 사전에 논의한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햄버거 회동’에 함께한 문 사령관과 정보사 예비역 대령 김 모씨도 각각 지난 20일, 지난 21일 구속됐다. 특수단은 이들이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계획을 세웠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조사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계엄 선포 사실을 대통령실 도착 후 처음 인지했으며 당시 계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김 장관 조사까지 마치면서 경찰은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 및 배석자 12명 중 10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