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처장, 사표 제출후 경찰출석
崔대행 “여야, 내란특검 합의해달라”… 野 “내란 수괴 돕겠다는 선언” 비난
尹측 “경호차장이 직무대행” 밝혀… 공조본 당혹속 “계획대로 체포집행”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던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집행을 앞두고 10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경찰에 전격 출석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직서를 수리하며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본은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 속에서 2차 체포 전략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박 처장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출석했다.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그는 앞서 1, 2차 출석 요청에는 불응했다. 경찰 내부에선 “예상치 못한 출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처장은 경찰 조사 전 기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상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 출석 직후 윤 대통령 측은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며 경호 공백은 없다고 선언했다. 박 처장 조사가 이어지던 오후 4시 20분경 경호처는 “박 처장이 오전 비서관을 통해 최 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고, 기재부는 “사직서가 수리됐다”고 알렸다. 공조본에는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후 최 권한대행은 ‘체포영장 집행 관련 메시지’를 통해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최 권한대행의 발언은 중립을 가장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수괴를 돕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통령 체포 반대 뜻을 밝히며 경호권을 인정해 줬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으로서 말할 수 있는 원론적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조본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기존 계획대로 체포영장을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수도권 광역수사단 지휘관들을 불러 대통령 체포 방안을 논의했다.
崔대행, 경호처장 사표수리후 “여야 내란특검 합의를” 尹체포 제동
[尹 2차 체포영장]
崔, 尹체포 지원 요청 사실상 거부… 정부 “어느 한쪽 편들수 없지않나”
경호처 흔들려던 공조본 계획 차질… 野 “대행맡은 경호차장, 김건희라인”
● 경호처장 돌연 사표에 경찰 당황
박 처장은 이날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날 경찰 출석 전 최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경호처는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박 처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박 처장은 이날 “최 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정부 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고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했지만, 그에 맞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에게는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윤 대통령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에 응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박 처장의 사퇴로 경호처는 더 강경하게 체포영장 저지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처장의 사퇴로 김성훈 경호차장이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김 차장을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崔 “여야 내란특검 합의해 달라”, 尹 체포 지원 거부
이런 가운데 최 권한대행은 이날 박 처장의 사표 수리 후 체포영장 집행 대신 여야가 내란특검에 합의해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최 권한대행은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해, 국민들이 적지 않은 불안과 고통을 겪으신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현명한 해법을 고심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현행 법률체계 안에서는 쉽사리 두 기관 간 갈등의 출구를 뚫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조본과 경호처 중 어느 한쪽 편을 들 수가 없지 않느냐”며 “특검의 내란죄 수사권한을 놓고는 국회에서 논란이 없으니 적절히 합의하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이 내란특검 합의를 요청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지원해달라는 공조본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수괴와 경호처의 눈치를 보고 결국 그들 뜻대로 시간을 끌겠다고 나섰다”며 “여야 합의라는 내란 세력이 줄곧 요구해온 조건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또 “야당이 대폭 양보한 특검법을 국회 의결 즉시 공포해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만이 신인도를 높이고 경제와 일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반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의 갈등 상황을 해소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당부”라고 했다.
여당은 다음 주 의원총회 등을 통해 민주당의 내란 특검법 재발의에 대응하는 차원의 자체적 특검법 발의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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