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 12일 경호처 6명과 오찬
칼이라도 써서 막으라 주문” 공개
경호처는 ‘기밀유출’ 간부 대기발령
강경파 지휘부에 내부 동요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에게 ‘칼이라도 써서 막으라’는 등 무력 사용을 주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측에선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했지만 경호처는 ‘무력 사용’ 지시에 반발하며 김성훈 차장(처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요구해 대기발령된 경호3부장 A 씨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고 밝혔다. 경호처 기밀 유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선 ‘강경파’ 지휘부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지면서 경호처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전날 경호처 간부 6명과 오찬을 하면서 ‘나를 체포하려고 접근하는 경찰들에게 총은 안 되더라도 칼이라도 휴대해서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 간부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전날 김 차장이 경호처 회의에서 무력 사용 지시에 반발한 간부 A 씨를 대기발령 조치한 것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대기발령된) 대상자는 국수본 관계자를 만나 군사 주요 시설물 위치 등 내부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경호처 간부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에 협력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경호처 간부가 야당 의원을 찾아 경호 대상인 대통령의 발언을 제보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경찰에 관저 내부 시설을 알려준 것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경호처 특성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호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 신변의 절대 보호라는 본연의 업무와 영장 집행 저지의 정당성 여부 사이에서 고심하던 일부 직원들이 윤 대통령의 무기 사용 지시 주장을 듣고 ‘이건 아니다’ 싶어 폭로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한편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이날도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부 ‘尹 사병화’에 반발… 2차 체포 집행 앞 자중지란
[尹 2차 체포영장]
강경파 지휘부에 내부 균열 확산
‘尹, 무력사용 지시’ 주장 잇따라 제기… “김성훈, 중화기 무장 지시” 전언도
일부 간부 “직원 휴가 지시할 것” 반발… “尹체포때 최소 경호만” 관측 나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지휘부 균열에 내부 폭로들이 잇따르면서 대통령경호처 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사임 후 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강경파’가 실권을 잡자 내부 균열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중간 간부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공조본이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서면 경호처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경호처 핵심 간부, 경찰에 기밀 유출
경호처 내부 동요는 박 전 처장이 경찰에 출석한 10일 이후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한 경호처 간부가 내부 게시판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저지는 위법’이라는 글을 올렸으며 김 차장의 지시로 삭제됐다가 곧 원상 복구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11, 12일에는 윤 대통령이 김 차장 등 강경파 간부들에게 무력 사용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대기 발령된 간부는 김 차장과 함께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진 이 본부장의 지휘를 받는 경호3부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간부는 김 차장의 지시에 소속 직원들에게 휴가를 지시할 것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김 차장은 ‘무력 사용’ 지시와 관련해 경호 매뉴얼대로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며 “사실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몇몇 간부들이 반발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경호처는 경호 대상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차장이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기관단총 이상의 중화기로 무장하라고 지시했다는 전언까지 나왔다. 김 차장은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수사관들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 철조망 설치를 주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 尹 ‘사병화’ 불만 고조, “체포영장에 최소한의 방어만”
일선 요원들 사이에선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때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윤 대통령이 국가기관인 경호처를 사병(私兵)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내부에 윤 대통령이 경호처를 자기 사병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써서 막으라는 말을 했다는 데 대해 직원들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우리가 대통령직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았지 윤석열 개인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게 아닌데…’ 하면서 대통령에게 갖는 배신감이 크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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