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포렌식 자료서 ‘승진·전보’ 메시지 확인
경남청 “당사자들 의혹 부인...본청서 감찰”
지난해 11월 민주당 녹취록 공개
경남청장 창원지검장 ‘충성맹세’도 논란
‘정치 브로커’ 명태균(53)씨가 경찰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가 과거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서 경남지역 경찰 간부들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 유력 정치인과의 인맥을 앞세워 국회의원 공천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 중인 명씨는 이번 경찰 인사 개입 의혹으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명씨의 2023년 7월 당시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서 창원서부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 A씨가 명씨에게 보낸 메시지가 발견됐다. 메시지에는 “(김영선) 의원님께서 경찰청장이나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B 총경을 ‘정보통’이라 소개하고 경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주십사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B 총경은 당시 창원서부경찰서장으로 김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의창구를 관할하고 있었다. 실제로 A씨가 메시지를 보낸 뒤 B 총경은 같은달 말 경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발령됐다. 당시 경남경찰청 내부적으로 ‘B 총경이 타 지역으로 발령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던 시점과 맞물린다. 당시 정보과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총경은 다른 보직을 받았다.
A씨는 본인의 승진 문제도 명씨에게 의뢰한 정황이 포렌식 자료에서 확인됐다. 그는 “본부장님, 제가 내년에 승진 예정인데 올해 승진하고 싶다”며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게 하명하면 다음 달에도 승진할 수 있으니 챙겨봐 달라”는 취지로 명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인사 청탁 정황도 있었다. 당시 경남경찰청 소속 C 총경은 명씨에게 “본부장님을 만난 건 운명이 제게 준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부족하지만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프로필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C 총경은 약 6개월 뒤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당사자들은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위간부에 대한 의혹인만큼 경찰청에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감찰에서 절차 위반 등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가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명씨의 과거 통화 녹취록 5개를 공개하며 “명씨가 경찰과 검찰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씨는 2023년 12월 9일 통화에서 강씨에게 “경찰청장부터 해서 여기 검찰부터 해서 김영선이 잡혀가. 그거 다 충성 맹세시킨 것 아나. 내가 데리고 와서. 김영선한테 ‘충성합니다’ ‘충성하겠습니다’ 다 세 번씩 외쳤다. 누가 해줬나, 내가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에서 사건이 넘어와도 경찰에서 다 없애버려. 내가 해줬다. 그거 한 달도 안 됐다”고 자신이 경찰의 수사를 무마했다고도 말했다.
2022년 9월 16일 통화에서도 창원지검장을 언급하며 “서부경찰서, 뭐 하는데, 안 그래도 ○○하고 지검에 가서 창원지검장 만나가꼬, ○○ 문제가 좀 있대. 지검장한테 한 방에 해결해줬지 뭐”라고 말한 내용이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명씨가 언급한 검찰과 경찰 고위 관계자들은 “명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