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4대 개혁·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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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70% "내년 韓성장률 1.9%도 어려워…확장재정 필요"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돼 내년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1.9%)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침체에 빠진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내년 초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6일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과 경제·경영학과 교수 등 3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73.3%가 한은 전망치(1.9%)를 밑돌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달 말 내년 성장률 전망을 당초 2.1%에서 1.9%로 낮췄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1.7% 이하일 것이라는 전망이 86.4%에 달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경제 전문가들의 76.7%가 내년 초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로 원·달러 환율을 꼽았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402원90전(주간거래 기준)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35원으로 올랐다. 원·달러 환율(57.1%·복수 응답)에 이어 증시(39.3%), 기업 투자(25.0%), 내수 소비(21.4%)가 영향받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경제전문가 70% "내년 韓성장률 1.9%도 어려워 … 확장재정 필요"
"여·야·정 협의체, 1순위 과제는 내수진작·소상공인 지원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탄핵 정국 속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여·야·정을 향해 주문한 해법이다. 탄핵 정국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004년 3월, 2016년 12월 두 차례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통상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겹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탄핵 정국 장기화가 변수”

한국경제신문이 16일 시행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들의 61.3%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결이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탄핵 부결 시 정치적 갈등과 국론 분열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부재에 따른 외교 등 국정 공백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전문가 70% "내년 韓성장률 1.9%도 어려워…확장재정 필요"

전문가들은 탄핵 가결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응답자의 66.7%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를 좌우할 변수는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응답자의 87.0%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처음엔 해프닝으로만 여기던 해외 투자자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이 연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어 대외 신인도를 강조하며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팽팽’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 가결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응답자의 50%는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43.3%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한 감세와 규제개혁 정책, 건전재정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년만 놓고 보면 응답자의 70%는 추경 편성 등 건전 재정에서 확장 재정 기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한국은행 전망치(1.9%)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보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 내수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 정부가 역점 추진한 탈원전 폐기, 원전 수출,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자원·에너지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86.6%는 현 정부의 자원·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정치권과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1순위 과제로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제시했다. 응답자의 76.6%가 ‘소비·투자 등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소비 진작 대책까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현 정부가 내세웠했던 반도체·AI 산업경쟁력 강화 대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과반에 달했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30.0%였다. 정부가 지난달 말 공식화한 석유화학 등 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3.3%였다.

강경민/박상용/허세민/이광식 기자

<설문 응답자> *가나다 순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윤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김지연 KDI 전망총괄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박진 KDI 정책대학원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정갑영 연세대 명예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정호용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한유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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