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료 막힌 혈 뚫어라”…극단 정치에 갇힌 한국, 골든타임 째깍째깍

1 week ag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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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전문가들은 내수 진작, 제조업 활성화, 의료 시스템 재건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추가 경정 예산 마련과 기준 금리 인하가 필요하며,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은 피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정책과 주 52시간제 완화,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산업에 대한 지원, 원전과 방산 수출 기회 확보 등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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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극복 매경 3대 제언

① 금리인하·추경으로 내수부터 회복을
② 주52시간제 개편·반도체법 시급하다
③ 의정갈등 장기화…막힌 혈관 뚫어라

부동산 규제풀어 건설경기 되살리고
여야 합심해 기업지원법 통과시켜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 = Chat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 = ChatGPT]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맞닥뜨린 탄핵 정국은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심폐소생이 시급하다.

15일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다급한 사안은 △연말연시 내수를 살리고 △제조업을 다시 돌게 하며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재건하는 것이다. 엄중한 시기에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

내수 진작을 위한 수단으로는 추가경정예산 마련과 기준금리 인하가 있다. 내수를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역대 최장 기간인 10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오래 지속된 고금리·고물가 여파지만, 불안한 정국에 가계와 기업은 더욱 지갑을 닫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층은 생사 갈림길에 직면했다.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취약층 맞춤형 지원책과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대응 방향’ 자료를 통해 “여야가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합의해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은 겨우 잡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위험하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진다면 한국 경제는 더 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께 대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이 포퓰리즘 유혹에 흔들릴 수 있지만 결단코 떨쳐내야 한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이 얼마나 담길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막판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1조원 반영을 주장했다. 정부는 4000억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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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정책도 동력을 잃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제정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도·소매, 건설 일자리가 급감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원부자재 업체는 물론 현장 주변 식당가까지 온기가 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인허가, 용적률 등 사업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 시장의 상실된 동력을 보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을 다시 돌려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주52시간제 완화’를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수출을 이끌어 온 제조업은 성장동력의 마지막 보루다. 이미 수출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착시를 빼면 4.6% 뒷걸음쳤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마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은 1%대로 예상된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2분기 -0.2%, 3분기 0.1% 등 이미 침체 신호를 발신했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과는 다르다. 한국은행은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으로,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로 우리 수출이 건실했기 때문에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장 주 52시간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에 대한 지원도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업적인 원전과 방산 수출의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어렵게 복구한 원전 생태계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손경식 경총회장  [이승환 기자]

손경식 경총회장 [이승환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맞아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고 보조금 지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통과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달려 나가고 있고 중국은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현재의 엄중한 상황도 잘 알지만 반도체 산업도 굉장히 엄중하다. 반도체특별법을 반도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정치적 혼란이 크지만 여야가 합의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반쪽짜리에 그쳤다. 야야가 합의했던 세액공제율 5%포인트 확대는 담기지 못했다. 세액공제 대상에 R&D 시설투자를 포함하는 방안도 연기됐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심해서 K칩스법 통과에 나서야 할 때다.

1년을 향해 가는 의정 갈등도 이제 풀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서 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로 꼽힌다. 정부와 의료계가 한 발씩 양보해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 의료계는 올해 정원 증원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년 정원 원점 재검토가 현실적으로 합의 가능한 대안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원점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의사 수 추계기구를 만들어서 2026학년도 정원부터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의료개혁에서 의사 숫자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10%도 안 되는데 나머지 핵심 논제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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