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10일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은 공개 일정 없이 하루를 지냈다. 김동연 경기지사 정도가 미국 출장 중 메시지를 내며 경제통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김 지사는 이날 미국 출장 첫 일정으로 미시간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했다. 김 지사는 직원 간담회에서 “관세전쟁은 미국 경제와 국제 경제에 대한 자해행위”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공급망 체제가 흐트러지면 국내 산업계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 문제로 경기도와 미시간주가 협력할 일이 많은데,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11일 그레첸 휘트먼 미시간 주지사와 만나 관세 부과 현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도 측근과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당에서 확정되는 경선 일정을 보면서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며 “늦으면 다음주까지 출마 선언이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유력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를 피해 출마 선언 효과를 극대화해보겠다는 전략이다. 김 전 지사 캠프에는 민주당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 불참을 선언한 김부겸 전 총리는 잠행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탈당해 무소속이나 제3지대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제) 방식의 대선 경선 방식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당내 경선에 불참하기로 한 건 오픈 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두관 전 의원도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당내 경선 룰에 대한 입장만 내놨다. 김 전 의원 캠프 측은 “민주당 대선 후보는 ‘완전 개방 오픈 프라이머리’ 형식으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캠프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완전 개방형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지만 사실상 좌초됐다”며 “최소한 민주당 내부 경선만이라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식/원종환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