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지자체가 유행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지역 브랜드와 결합하는 데 있다.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축제와 관광, 콘텐츠 소비로 이어질 경우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거제야호’ 밈 놓치지 않았다
경남 거제는 SNS에서 생긴 유행어를 지역 홍보의 언어로 받아들였다.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거제야호”라는 표현이 퍼졌다. 이는 걸그룹 리센느의 거제 출신 멤버 원이와 일본 출신 멤버 미나미가 거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팬덤과 SNS를 중심으로 퍼진 말이다.
거제시는 이 흐름을 빠르게 홍보에 접목했다. 관광지 홍보 문구를 새로 만드는 대신 사람들이 이미 즐기고 있는 표현을 지역 이미지와 연결한 것이다.홍보 방식도 달랐다. 별도의 대형 위촉식이나 공식 행사 대신 유튜브 영상을 통해 리센느의 거제시 홍보대사 위촉 사실을 알렸다. 1분 남짓한 해당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305만8000회, 유튜브에서 116만 회 이상 조회되며 두 플랫폼 합산 42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거제시 관계자는 “공공 홍보도 이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느꼈다”며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이 이미 즐기고 있는 문화 속으로 지자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며 “지자체가 권위를 내려놓고 대중의 코드에 맞춰 함께 놀 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홍보 효과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좋은 콘텐츠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아도 홍보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거제시는 시민과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거제시는 이번 사례가 젊고 열린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농담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함께 받아친 점이 젊고 열린 지역이라는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억지로 홍보 문구를 밀어붙이기보다, 사람들이 직접 따라 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지역 홍보도 이제는 서로 놀이처럼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응은 온라인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거제시에 따르면 관련 콘텐츠가 확산된 뒤 SNS에서 거제 방문 인증과 태그가 늘었다. “거제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거제시 공식 채널로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이용자들도 생겼다.
● ‘김밥천국’ 농담을 축제로…15만 명 모은 김천
대표 사례는 경북 김천에도 있다. 출발점은 2023년 관광 이미지 조사였다. 당시 김천시는 MZ세대에게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다. 주요 답변 중 하나는 ‘김밥천국’이었다. 김천시는 이를 부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천보다 김밥천국이 더 유명한 현실을 역으로 활용해보자”는 발상으로 지역 축제를 기획했다.
그 결과 2024년 처음 열린 김천김밥축제에는 이틀 동안 약 10만 명이 방문했다. 올해 열린 두 번째 축제에는 이틀간 약 15만 명이 찾았다. 김천시 인구가 약 13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농담이 실제 지역 방문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 유행어만 따라 하면 실패…‘지역 경험’으로 이어져야
김천과 거제 사례는 지역 홍보가 반드시 정교한 슬로건이나 대규모 광고에서 시작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작은 농담이라도 지자체가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실제 축제와 관광, 콘텐츠 경험으로 연결할 경우 강력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밈 활용에는 한계도 있다. 유행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금세 사라질 수 있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표현만 차용하면 억지 홍보라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홍보 전문가들은 밈을 일회성 화제로 소비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온라인 반응을 지역 축제, 관광 경험, 공식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온라인 화제, 지역 경험으로 연결해야 산다
한양대 ERICA 광고홍보학과 심성욱 교수는 “밈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나 모델을 지역 홍보대사로 연결하면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다”며 “해당 인물이 지역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면서 지역의 스토리나 도시 브랜드와 연결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밈 속에 등장한 캐릭터를 찾는 이벤트나 장소 스탬프 투어 등을 연계하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굿즈나 상품 개발도 확장 방안으로 꼽았다. 밈에 등장한 이미지나 문구를 활용한 지역 상품을 만들거나, 아이돌 그룹 등과 공동 굿즈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생긴 관심을 구매와 방문 경험으로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지자체의 역할은 유행어를 반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밈이 만들어낸 관심을 지역만의 이야기, 실제 공간, 관광 동선, 상품으로 이어가야 한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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