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이어 떠나면서 당분간 상대적으로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 등 국내 수급이 선호하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등에 따라 국내 수급의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4조 1546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수로는 4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순매도다. 이에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수 비중도 6개월 새 가장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내 수급은 지난달 외국인의 잇따른 이탈에도 코스피를 사들였다. 2차전지 약세와 바이오 조정에 급락한 코스닥과 달리 코스피는 국내 수급으로 그나마 저점을 지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개인은 지난달 코스피에서 3조 79억원치를 사들였다. 기관 중엔 연기금이 2조 1260억원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또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국내 수급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함께 국내 유동성은 개선되는 방향”이라며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수급이 선호하는 종목의 상대적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3개월 사이 코스피 지수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15일 이후 증시가 반등하는 상황에서 개인과 연기금이 사들였던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뿐만 아니라 인터넷, 통신, 미디어·엔터 등 방어 업종과 2차전지, 자동차, 헬스케어 등 낙폭이 과대하다고 평가받는 업종에서 주로 국내발 매수세가 나타났다.
특히 기관 중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온 연기금은 삼성전자(005930)(2448억원)와 함께 SK이노베이션(096770)(1291억원)·LG에너지솔루션(373220)(1055억원) 등 2차전지 관련 대형 종목을 주로 담았다. 연기금은 또 현대차(005380)(909억원)와 카카오(035720)(575억원)·NAVER(035420)(270억원) 등 내수 소프트웨어 관련 종목도 함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차전지 업종에 악영향을 끼친 대외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트럼프 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없앨 시 과거에 시행했던 친환경차 환급 제도를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황 등도 연기금의 2차전지 업종 매수를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개인은 SK하이닉스(000660)(4851억원)·삼성전자(3596억원)와 함께 한화오션(042660)(1991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에 대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으나 현 주가에서도 여전히 매수 접근 가능한 구간”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증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나 현 수준에선 박스권 하단은 지켜낼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내발 유동성 개선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 과도하게 하락한 대형 수출 종목의 반등 정도가 쉽지 않은 국내 증시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