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이 유상증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회사채와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요즘 같은 강세장에 유상증자를 하면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종료와 맞물려 상장사들의 대규모 유상증자 행렬이 본격화했다. 지난달 26일 한화솔루션이 발표한 2조4000억원 규모 증자가 대표적이다. 1조5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9000억원을 신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2월 1조원 규모 증자를 결정한 SKC 역시 자회사 앱솔릭스의 시설 자금과 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증자를 택하는 것은 금리 부담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차환이나 신규 발행으로 비싼 이자 비용을 감당하며 빚을 늘리기보다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인 재무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지수 등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점도 유상증자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높을 때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이면서도 조달 금액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연초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코스닥시장의 루닛(공모 예정 금액 2115억원), 이뮨온시아(1054억원) 등이 증시 온기를 틈타 자금 확보에 나선 사례로 꼽힌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회사 상장은 규제 강화로 선택지가 좁아진 상태다. 정부가 모자회사 중복상장에 따른 일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자회사 상장을 조건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은 사실상 막혔다.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확보한 유동성을 미래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가 아니라 ‘빚 갚기’에 우선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IB업계 전문가는 “증시가 좋다는 점은 증자의 기회지만 투자자는 재무구조 개선보다 성장성이 담보된 증자에만 반응한다”며 “단순 채무 상환용 증자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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