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노미-8]“지금 당신과 키스하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얼마나 행복할까요.”
편지를 쓰는 내내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불그스름한 연인의 입술이 생각나서였습니다. 다시 만년필을 꽉 쥐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격정적인지를 글로써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침대를 바라보며 연인과 뒹구는 자기 모습을 상상합니다. 세상 그 어떤 커플보다 격렬히 사랑을 나눌 수 있을 텐데.
욕망이 절절히 묻은 편지를 받은 이는 화가 던컨 그랜트. 어쩐지 이름에서 남자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그렇습니다. 수신인도, 발신인은 모두 생물학적 남성. 두 사람이 동성 연인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편지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남자의 이름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경제를 설계한 거물 경제학자. 그는 동시에 남성의 육체를 탐닉한 동성연애자였습니다.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한 뒤에 이를 일기장에 기록할 정도로 메모광이기도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