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텅텅 빈 KAIST AI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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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야심 차게 출범시킨 KAIST AI 단과대에 공부하는 학생이 없다. 정원 확대와 조직 신설은 빠르게 추진됐지만 교수진과 교과 과정, 진로 안내가 뒤늦게 정비된 탓이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내년에 AI 단과대가 생길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도 긴장하고 있다.

강의실 텅텅 빈 KAIST AI대학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출범 6개월 차에 접어든 KAIST AI 단과대를 선택한 학생은 12명에 그친다. 단과대 정원(100명)에 한참 못 미친다. AI컴퓨팅학과가 10명으로 그나마 많고 AI시스템학과는 2명에 불과하다. AX학과와 AI미래학과에 지원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12명의 학생은 일부 수업을 듣지 못한 채 학기를 보내고 있다. 12명 중 전과를 신청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충원에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입학한 뒤 2학년 진입 시점에 학과를 선택하는 구조다. 신설 학과가 한 번 모집에서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곧바로 외부 신입생을 추가 선발하기 어렵다. 재학생의 전공 선택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학생을 받아야 한다. 다음달 추가 학과 신청 기간이 예정돼 있지만 가을학기 입학생이 많지 않아 의미 있는 충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정원 충원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학생 모집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뒤늦은 학사 체계 정비가 꼽힌다. AI 단과대 소속 교수 명단은 지난달에야 확정됐다. 한 재학생은 “어떤 교수에게 배우고 어떤 대학원·연구실로 이어질지 선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된 기존 학과 대신 신설 학과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KAIST는 지난해 12월 AI학부, AI컴퓨팅학과, AI시스템학과, AX학과, AI미래학과 등 5개 학과 체제로 AI 단과대를 출범시켰다. 학부생 100명, 석사 150명, 박사 50명 등 총 300명을 선발한다고 제시했다. AI 분야 핵심 인재를 매년 대규모로 양성해 산업과 학계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KAIST가 학생 모집에 난항을 겪자 다른 과학기술원도 긴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GIST, DGIST, UNIST 등에도 AI 단과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인재 양성 거점을 4대 과기원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KAIST 사례가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교수진과 커리큘럼, 학생 수요 조사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과대부터 늘리면 과거 정부 재정 지원에 맞춰 우후죽순 생겼다가 폐지되거나 진로 불안을 낳은 융합학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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