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양적 경쟁보다 질적 성장…AI 안전성·글로벌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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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어떤 로펌이 AI를 더 잘 쓰느냐가 아니라 더 안전하게 쓰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어떤 로펌이 AI를 더 잘 쓰느냐가 아니라 더 안전하게 쓰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단순히 매출을 키우기 위한 경쟁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 5000억원에 도달하겠습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4~5년은 로펌 업계 전반이 쉽지 않은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제외한 ‘빅4(태평양·세종·광장·율촌)’ 로펌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전략의 핵심 축으론 인공지능(AI)과 해외 부문 강화를 내세웠다.

◇“빅4 모두 비슷해졌다”

강석훈 "양적 경쟁보다 질적 성장…AI 안전성·글로벌에 승부수"

강 대표변호사는 최근 국내 로펌 시장의 구조 변화를 ‘균형 경쟁 체제’로 진단했다. 과거에는 김앤장이 독보적 1위, 태평양·광장이 2~3위를 다투고 율촌·세종이 뒤따르는 구도였다. 최근엔 김앤장을 제외한 이들 4개 로펌 매출이 일제히 4000억원대에 올라서며 매출 격차가 수백억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율촌은 규모 확대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연평균 10% 내외의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다. 강 대표변호사는 “네 개 로펌이 모두 연 10%씩 성장할 만큼 법률시장이 커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성장률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 로펌들이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외형 확대에 나서는 것과 달리, 율촌은 선별적 영입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는 “신사업이나 부족한 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인재 영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세·송무 등 기존 강점 분야를 유지하면서도 공정거래, TMT(기술·미디어·통신), 정보유출 대응 등 고수익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그는 “조세는 경쟁이 치열해진 한계 시장”이라며 “더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율촌은 향후 로펌 경쟁의 핵심을 ‘입체적 솔루션 제공’ 능력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꼽았다. 이 분야는 투자·파이낸싱, 부동산·건설, 에너지 규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법률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는 만큼 통합적인 대응 역량이 요구된다. 강 대표변호사는 “기업은 더 이상 개별 법률 자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전략적 해법을 원한다”며 “다양한 전문 인력이 결합된 팀 기반 구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폐쇄형 AI 구축 … 안전한 로펌이 이긴다

율촌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자체 리걸테크다. 율촌은 2012년부터 축적한 내부 데이터(KM)를 기반으로 폐쇄형 AI 시스템 ‘아이율(AI-yul)’을 지난해 12월 말 출범했다. 외부 클라우드 대신 내부 서버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해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율은 자연어로 과거 문서를 찾아주는 검색형과 법률 질의에 답하는 대화형 두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약 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사용하고 있으며, 4월 말까지 전체 교육과 이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뒤 6~7월에는 문서 요약·번역·생성 기능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강 대표변호사는 “AI 시대 로펌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고객 정보 보호, 내부 거버넌스, 투명성에 달려 있다”며 “이 세 가지 기준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어떤 로펌이 AI를 더 잘 쓰느냐가 아니라 더 안전하게 쓰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 확대 … 인터내셔널 보드 신설

율촌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해외 시장 확대도 추진 중이다. 강 대표변호사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25년 초 손도일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인터내셔널 보드’를 신설해 해외 로펌과의 협업,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특히 영어에 능통한 원어민급 한국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고객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공정거래를 잘한다, 조세를 잘한다는 식의 차별화는 점점 의미가 약해질 것”이라며 “율촌은 AI와 해외라는 두 축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허란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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