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지인·외국인 명의 도용
5년간 32명에 4700여회 투약
범죄 수익으로 수십억원 챙겨
'가족이나 지인의 주민번호를 가지고 오면 프로포폴을 더 많이 투약해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5년간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린 서울 강남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가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소창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은 A씨가 서울 강남구에 피부시술 의원을 개설한 뒤 5년에 걸쳐 프로포폴 중독자 32명에게 그들의 가족, 지인뿐 아니라 외국인 명의까지 도용해 총 18만㎖의 프로포폴을 4700여 회에 걸쳐 투약해준 사례를 적발해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병원 직원 6명과 중독자 5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21명은 기소유예처분했다.
검찰은 50대 여성 의사 A씨가 회당 3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투약자를 유치했고, 투약자 본인 명의로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하는 것에 한계가 생기자 중독자들에게 '가족이나 지인의 주민번호를 가지고 오면 프로포폴을 더 많이 투약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독자들은 A씨에게 타인 명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많게는 하루 10회 이상 프로포폴을 연속으로 투약했고, 그 과정에서 우울증이 심해져서 사망한 중독자도 6명 확인됐다. A씨는 주로 유흥업소 종업원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흥업 종사자, 사업가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A씨에게는 의료 관련 자격증이 없는 피부관리사로 하여금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하도록 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A씨가 범행 수익으로 고가의 명품을 다수 구입하고, 고가의 외제차를 운행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점도 확인해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25년2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을 신설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해당 병원의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내역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투약자 4명을 조사했다. 이들이 A씨 제안으로 타인의 주민번호를 제공하고 투약한 사실 등을 진술하면서 검찰은 지난 1월 A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프로포폴과 프로포폴 투약기구가 적발됐고 이후 투약자와 병원 실장 B씨를 조사해 5월 A씨를 구속했다.
한편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 기소유예는 중독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실질화하기 위해 투약자 개인의 중독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기소유예 제도다. 중독전문의, 중독·심리 분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에서 대상자의 중독 수준을 판별해 그에 맞는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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