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하다더니…수십억씩 사들이던 강남 부자들도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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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9 20:11 수정2025.04.19 20: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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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던 미국 국채와 달러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와 경기 침체 우려가 변화 파고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금은 독일과 일본 국채,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 미국 중심인 ‘하나의 안전 자산’ 시대가 저물고 비(非)미국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美 장기채·달러 인기 ‘휘청’

최근 미국 장기채가 흔들리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최근 한 달 국내에 상장된 국공채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다. 수익률은 –7.17%다.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등도 각각 –6.25%, -4.36%로 낮았다. 모두 미국 30년 만기 국채가 기초자산인 상품이다. 9일 미국 상호관세 발효로 금리가 5% 넘게 튄 것이 직격탄이었다. 그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수십억원어치씩 미국 국채를 사들이던 강남권 고액 자산가도 최근 들어 매수에 신중해졌다는 후문이 나온다.

달러화 역시 휘청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일부터 종가 기준 줄곧 100 이하를 맴돌고 있다. 올 들어 처음이다. ‘KODEX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같은 관련 ETF는 10일부터 5거래일 하락 폭이 8.39%에 이른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본부장은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미국 자산 신뢰가 꺾인 데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미국 국채와 달러 위상이 한순간에 흔들리진 않겠지만 적어도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는 6월까지는 미국 외 자산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자산만으론 변동성 장세를 헤쳐나가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손실 줄여야 한다면 獨 채권

높은 수익률보다 손실 최소화를 추구하는 투자자에겐 유럽 자산으로 확장이 적절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표 투자처로는 독일 국채가 꼽힌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 최대 경제국의 안전 자산으로 과거부터 기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투자 심리의 가늠자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일 독일 연방의회의 대규모 부양책 승인 이후 2.83%까지 올랐다가 한 달 사이 0.37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일본 국채도 분할 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1.56%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 대비 48bp 올라 상승세가 가파르다. 최근 유로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금리가 아쉽다면 단기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가다가 채권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뛸 때 장기채로 갈아타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들 채권은 그간 미국 채권에 묻혀 개인투자자 수요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물건을 떼다주는 ‘단순 중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신용도와 수수료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어 ETF로 매매하는 것이 간편하다.

다만 ‘아이셰어즈 독일 15~30년 UCITS’(IBGL) 같은 현지 ETF는 증권사 해외 주식 데스크를 통해 거래 등록을 요청해야 한다. 번거롭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편한 ‘아이셰어즈 전 세계 국채’(IGOV)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 일본 등 미국 외 선진국 채권을 담는 ETF다. 일본 채권은 국내 운용사의 관련 ETF도 있다. ‘PLUS 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 등이 대표적이다. 3개월 이내 국채를 담는데, 금리 상승 흐름에 따른 채권의 이자 수익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스위스 프랑·유로화 ETF ‘쑥’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미국 외 화폐로 자산을 보존하려는 수요도 높아졌다. 평소 달러 투자에만 집중하던 투자자라면 일부 자금을 배분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프랑은 달러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영구 중립국으로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인베스코 커런시셰어즈 스위스 프랑 트러스트’(FXF)는 14일 52주 신고가에 도달했다. 이 상품은 스위스 프랑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로 최근 한 달 수익률이 6.92%에 달한다.

‘인베스코 커런시셰어즈 유로 트러스트’(FXE)도 같은 기간 3.89% 올랐다. 유로화를 담는 ETF로 유럽 전반의 경기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역시 16일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여섯 번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섰다. 무역 분쟁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로화 강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달러 약세가 원인이다. 단기적으론 일부 자산을 유럽 주식으로 전환해 유로화 흐름에 올라타라는 분석도 있다. 부은영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 이사는 “ECB 금리 인하는 잔존 리스크지만 글로벌 자금 자체가 유럽으로 모이는 흐름”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이 높았다면 유럽의 방산이나 전력기기 등 업종에서 기술적 해자를 지닌 대표주들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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