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대종사 인터뷰
“가사(袈裟)를 수(垂·드리우다)하고만 있어도 공덕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불제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기도 합니다.”대한불교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대종사는 6일 “가사에 담긴 정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가사는 승려가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일컫는다. 펼쳐 놓으면 평범한 직사각형 천처럼 보이지만, ‘바느질 세 뜸만 떠도 공덕을 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다.
속리산 정이품송이 고즈넉하게 서 있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만난 무상 대종사는 “예전에는 가사에 침이 튀지 않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중간에 해우소를 가려면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녀올 정도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종단 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는 가사원 도편수를 40년간 맡아온 그는 지난해 9월 조계종 첫 가사 명장에 위촉됐다.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만드는 가사는 조각의 수에 따라 하품 9·11·13조, 중품 15·17·19조, 상품 21·23·25조의 9품으로 나뉜다. 극락세계 9품을 상징하는데, 25조는 법계가 가장 높은 종정과 대종사에게 수여된다. 무상 대종사는 “조금이라도 구겨진 채 바느질하면 모양이 흐트러지기에 한 장을 이을 때마다 다림질하고 다시 바느질해야 한다”며 “개인 실력과 몇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20일 정도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말했다.60여 년을 천착해 온 일이지만 시작은 참 단순했다. 1960년대 중반 가사 한 벌 얻어볼 요량으로 한 절의 가사불사에 참여해 심부름하다가 당시 최고의 편수인 법장 스님 눈에 들었다고 한다. 많게는 100여 명이 모여 한쪽에선 천을 재단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던 시절이었다. 제법 일머리가 있었는지 법장 스님은 이후 가사불사가 있을 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해인가 가사불사 요청이 왔을 때 그에게 자신이 재단할 때 쓰던 대나무 자(가사 자)를 건네며 맥을 잇게 했다.
“그 누구도 가사를 입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지요. 설사 싸우더라도 가사를 입고 싸우는 중은 없으니까요. 하하하.”
무상 대종사는 “가사를 가리켜 해탈복, 청정의, 복전의(福田衣)라고 부르지만 동시에 인욕(忍慾)과 계율을 상징하는 옷”이라며 “아무리 공덕이 큰 가사를 입었어도 계율을 지키지 못하거나 출가자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지옥행이니 수행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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