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빠진 철강] 美-中-EU ‘삼면초가’ 韓철강
韓, 작년 EU 철강 수출 6.3조원
전량 무관세… 관세 부과땐 직격탄
업계 “국가별 무관세 쿼터에 희망”… 정부 “양자협의 통해 최대한 확보”
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 EU로 인한 ‘삼면초가’ 상황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이 상호관세를 연달아 올리면서 이미 국내 철강 수출은 휘청이는 중이다. 한국 철강은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에 맞서 수익을 줄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지만 미국에 이어 최다 수출국인 EU까지 잇따라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 中-美-EU 삼중 타격
철강은 한국의 전체 수출 물품 중 7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수출액 규모는 333억 달러로 힌국 전체 수출(6836억 달러)의 4.9%를 담당했다. 이 중 EU와 미국으로 수출되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EU로 44억8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 미국으로 43억4700만 달러(약 6조1750억 원)어치의 철강 제품이 수출됐다.
하지만 수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3년부터 중국이 내수 시장에서 흡수하던 저가 철강 제품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첫 비명’이 시작됐다. 2023년 철강 제품 수출액은 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지난해도 2023년 대비 5.4% 줄어든 333억 달러를 나타냈다.
여기에 미국이 3월 철강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하고 8월에 이 관세율을 50%로 올리면서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품 가격을 최대한 억누르는 전략을 쓰면서 올해 1∼8월 수출 물량은 1989만 t으로 지난해 대비 2.3% 증가했는데, 수출 금액은 20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6.8% 감소한 것이다. 미국 철강 관세율이 50%로 오른 8월에는 전년 대비 한국산 철강 수출 감소 폭이 15.4%에 달하며 올해 중 가장 컸다. 미국의 철강 관세 적용 첫 달인 3월과 5월, 관세가 50%로 오른 8월의 수출 감소 폭이 10% 이상으로 특히 컸다.
수출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률은 2023년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3.9%였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 등의 영업이익률도 1% 안팎으로 주저앉으며 철강업계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출 시장인 EU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적자 전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국가별 협상이 마지막 희망”
특히 모든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철강 분야에서 유독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전되는 현 상황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철강업계 입장에서 적지 않은 리스크다. EU가 철강 관세에 대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며 ‘예외 없음’을 천명한 만큼 철강업계는 ‘국가별 무관세 허용량(쿼터)’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철강업계는 한국에 배정된 쿼터 263만 t과 글로벌 쿼터 등을 활용해 EU에 거의 전량 무관세로 수출해 왔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다른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정부의 긴밀한 대응을 요구했다. 산업통상부는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8일 “이번 달은 국감 일정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르면 11월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