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수사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법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여야가 합의해 위헌 소지가 없는 새 특검법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들 특검법을 공포할 수는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며 “정치가 그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탄핵소추 상황에서 심판을 심리할 재판관을 임명하는 게 맞는지 등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임명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국무회의를 거쳐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임명하고, 조만간 국제투자협력대사도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필요한 경우 임면권을 행사해서라도 대외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임 국제금융협력대사에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국제투자협력대사에는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신뢰가 잃게 되면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그게 결국은 대외 신인도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탄핵을 거듭한다면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라는 시그널을 계속 발신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을 강행한다면 이는 민주당에 의한 일당독재, 이재명의 유일 체제를 전면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그동안 민주당이 외쳐온 국정 안정이 결국은 국정탈취였음을 자백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933년 히틀러는 수권법을 제정해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입법권을 탈취해 갔는데, 이것은 본격적인 나치 독일 체제의 신호탄이었다”며 “지금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카드로 행정부를 와해시키고 있는데 그 방향만 다를 뿐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당 대표가 모든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수권법과 그 본질이 같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을 경우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되지 않은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등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정당성 논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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