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이창용·김병환·이복현
계엄령 발동 이후 연일 회동
60조 유동성 공급 발빠른 발표
한은 총재, 대외 소통도 활발
우려했던 신인도 하락 없어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추진으로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들이 정치 리스크가 경제 피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 수장 4인방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연일 회의를 열어 발 빠른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고 있다. 그 덕분에 계엄사태 충격에도 외환·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물 거래에도 차질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3일 밤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직후부터 경제팀은 24시간 비상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 4인방은 이날 밤 11시 40분 곧바로 F4 회의로 알려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놨다. 경제 수장들은 4일 오전 7시 다시 만나 2차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F4의 빠른 의사결정 덕에 하루 만에 채권안정펀드 가동,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골자로 한 최대 6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안이 발표될 수 있었다. F4는 당분간 매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태 직후 달러당 원화값이 1440원마저 붕괴될 정도로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며 원화값은 안정을 찾고 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15.1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5.0원 내렸다. 계엄사태 이후 4일 낙폭인 7.2원(오후 마감 기준) 보다 하락세가 줄어들었다.
주식시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국채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채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채 선물시장에서 지난 4~5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국채 선물(3·10년물 합계)은 4028계약에 이른다. 외국인들의 4일 기준 원화채 현물 보유잔액도 269조7000억원으로 계엄사태 전인 3일 잔액(269조9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은 대외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 부총리는 4일 밤 각국 재무장관과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등에 긴급 서한을 발송하며 대외 불안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우려했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5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재부가 흔들림 없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예정된 경제정책 발표 일정 등을 그대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재도 해외 중앙은행 수장 등 글로벌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정치 상황을 모르는 해외에서 이번 계엄사태가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수없이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이들과 연락하며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오해를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 총재는 국내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블룸버그TV·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유력 경제매체와 연이어 인터뷰하며 시장이 패닉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그는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 경제성장 모멘트가 있고 이것이 정치적 이유와 분리돼 있는 만큼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현 (탄핵) 정국이 길게 가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며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수현 기자 /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