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앞섰지만 자산은 게임이 안 됩니다." 일본에서 30년 넘게 재정학을 연구해온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사진)의 말이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가 일본을 처음 추월한 데 대한 진단이다. 국 교수는 "숫자에 취하면 본질을 놓친다"고 경고했다.
국 교수는 27일 서울 강남구 시사일본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소득 수준의 수평 관계 진전과 그 요인' 강연에서 "한국이 소득(플로우) 지표에서 일본을 앞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액면 그대로 한국의 역전이라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자산(스톡)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1인당 명목 GDP 차이를 통해 시기를 구분했다. 우선 1956~1973년까지를 수직관계진전기로 정의했다. 1973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998달러, 한국은 407달러로 약 10배 차이였다.
이후 1차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수직관계축소기(1973~2003년)가 이어진다. 일본의 고도성장기가 약 20년(1950년대~1973년)에 그쳤지만,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약 40년간 고도성장을 이어가며 빠르게 추격했다. 10배였던 격차는 2004년 기준 2배로 좁혀졌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는 수평관계기다. 2013년 본격화된 아베노믹스의 엔화 약세가 결정적이었다. 달러 환산 일본 GDP가 지속 하락하면서 2023년 역전이 현실이 됐다. 2023년 한국(3만4646달러)이 일본(3만3962달러)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국 교수는 "경제 퍼포먼스만큼이나 엔저 효과가 컸다"고 평했다.
그는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200%를 넘어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GDP 대비 130~140%)수준을 크게 웃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버티는 이유로 수십 년간 쌓인 민간 금융자산을 꼽았다.
국 교수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일본은 금방 무너질 나라가 아니다"라면서도 "경제가 쉽게 활성화되지도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 쇠락의 핵심 요인으로 꼽은 건 디지털 전환 실패다. 1990년대 세계 최고의 액정 기술을 보유했던 샤프는 기술 유출을 막겠다며 가메야마 공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반면 삼성과 대만 TSMC는 개방형 전략으로 외부 기술을 흡수했다. 결국 샤프는 2016년 대만 폭스콘에 매각됐다.
국 교수는 "일본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건 기술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1989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를 차지했던 일본 기업은 2025년 기준 상위권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다만 일본이 강점을 지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구조적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 교수는 히토츠바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및 서울대 개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와 게이오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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