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족하면 안 된다.”
2024 WBSC 프리미어12가 대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만은 24일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격파하고 챔피언이 되었다. 초대 대회 우승 한국, 2회 대회 우승 일본에 이어 3회 대회에서도 아시아 국가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초대 대회 챔피언이자 2회 대회 준우승 팀인 한국은 예선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3승 2패 조 3위로 일본-대만에 밀렸다. 1차전 대만전, 3차전 일본전에서 패하면서 5차전 호주전이 시작하기 전에 일찌감치 본선 진출 탈락이 확정됐다.
아쉬움도 있고, 소득도 있다. 타자 중에서는 KBO리그 최연소 30-30의 주인공 김도영이 4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고, 박영현(KT)-김서현(한화) 등 젊은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회가 끝난 후 만났던 최일언(現 삼성 2군 감독) 국가대표팀 투수 코치는 “육성을 많이 해야 한다. 대표팀 투수코치를 하면서 3년 동안 일본을 많이 돌아다녔다. 실업, 대학교 등 경기를 많이 봤다”라며 “공을 많이 던지더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을 안 던지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 컨트롤이 좋아지려면 던져야 한다. 쉬어서는 안 된다. 던질 수 있는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각 팀의 1, 2선발이 모두 외국인 선수다. 2선발 정도는 국내 선수가 차지해야 한국 야구 레벨이 올라간다. 옛날에는 윤석민, 김광현, 류현진 모두 외국인 투수들보다 잘 던졌다. 토종 선발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힘들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어린 투수들의 분발도 기대했다. 특히 김택연의 이름을 ‘콕’ 집어 언급했다. 김택연은 B조 예선 2차전 쿠바전에서 혹독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8-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드레이크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시작했다. 이후 기베르트에게 투런홈런을 맞은 데 이어, 비날레스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교체됐다.
이후 등판한 2경기에서는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시즌 때 보여준 위력적인 공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김택연은 60경기 65이닝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08이라는 훌륭한 기록을 작성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7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역대 7번째 신인 선수이자 최연소 10세이브, 8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17세이브로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도 세웠다. 유력한 신인왕 0순위 후보다.
김택연은 “확실히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만나다 보니 부족한 것을 느꼈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어떤 게 부족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도 있지만 내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지금 나이에 그 정도 던졌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 더 좋은 투수가 되게끔 노력해야 한다. 투수의 전성기는 30세다. 계속 성장해야 한다”라며 “박영현은 그런 자세가 되어 있다. 욕심이 많다. 준비도 많이 하고, 작년보다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택연이 걱정된다. 영현이와 비교하면 약하다.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된다. 그래서 뭐라고도 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려면 지금 이대로는 안 되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지는 모르겠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최일언 코치는 “지금 대표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다. 아시안게임 때부터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투수의 전성기는 30세부터다.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하고 연구해야 한다”라며 “2026 WBC까지 남은 15개월 동안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일언 대표팀 투수 코치는 11월 21일부로 삼성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됐다. 삼성 관계자는 “최일언 신임 퓨처스 감독은 KBO리그 5개 구단에서 코치를 역임한 경력이 있으며, 최근까지 야구 국가대표팀의 투수코치로 재직했다”라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최일언 퓨처스 감독이 팀 내 유망주 육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