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주가 피지컬 인공지능(AI) 수혜 기대로 질주하는 가운데 기아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 주가는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SDF),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기대로 급등했지만 기아 주가는 되레 후진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그룹 신사업 내 기아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 투자심리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긴장이 본격화한 이후인 지난 3월3일부터 현재(27일 종가 기준)까지 현대차 주가는 59만5000원에서 68만1000원으로 14.5% 상승했다. 시총은 121조8308억원에서 139조44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같은 기간 주가가 46만8500원에서 68만8000원으로 46.9% 뛰었다. 시총도 42조5082억원에서 62조4240억원으로 늘었다. 현대오토에버 주가 역시 44만7000원에서 76만5000원으로 71.1% 치솟아 시총이 12조2585억원에서 20조979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기아 주가는 18만2300원에서 16만4700원으로 9.7% 하락했다. 시총도 71조1722억원에서 64조30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시총은 기아의 97.1% 수준까지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지목한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 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들어가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공급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로봇 관제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통합(SI) 수혜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도 현대모비스를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미국 현지에 연산 35만 대 규모 액추에이터 공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아틀라스를 연간 3만 대 양산하면 액추에이터 매출만 1조5000억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품사에서 로보틱스 부품사로의 전환이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로봇 인프라 확대의 수혜주로 거론된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로보틱스 사업 확대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완성된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현대오토에버를 통한 SI 구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아는 견조한 자동차 판매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그룹 신사업 내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 연구원은 "기아는 현대차 대비 자동차 판매 모멘텀과 수익성에서 더 유리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신사업 분야에서는 현대차 대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이 낮고 그룹사 신사업 전략을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어 주가 차이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대 주주는 54.7%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 투자법인 HMG 글로벌이다. HMG글로벌의 지분은 현대차가 49.5%, 기아가 30.5%, 현대모비스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피지컬 AI 테마 ETF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드러난다. KB자산운용이 이달 12일 출시한 'RISE 현대차그룹피지컬 AI ETF'의 28일 기준 구성 비중은 현대차 24.92%, 현대모비스 16.82%, LG이노텍 12.84%, 기아 11.85%, 현대오토에버 8.34% 순이다. 현대모비스 비중이 기아보다 높게 설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HMGMA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로봇은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에서 제조 데이터를 학습한 뒤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에 적용할 예정이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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