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엉터리 교과서 통보받고도 조치 안한 재외공관 11곳 시정 요구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라오스, 헝가리 등 11개 재외공관은 2021~2023년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으로부터 교과서의 오류 사실을 통보받고도 해당 국가의 교육부나 교과서를 발간한 출판사 등에 시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 외교부가 2014년부터 교육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따라 한중연은 매년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오류 사항을 외교부와 재외공관에 전달해왔다.
영국의 한 교과서에는 “한국은 마약제조국(암페타민 생산국)”이라거나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속한 국가”라는 잘못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4세기경 일본군이 한국 남부에서 가야와 주변을 정발한 뒤 임나에 식민지를 설치했다”는 허위 사실도 적혀있었다. 그런데 주영국대사관 측은 2021~2023년 “시정요구를 해달라”는 한중연 측의 요청을 세 차례나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라오스의 한 교과서에는 “러시아제국이 1864~1875년 한국을 점령했다”거나 “남한 인구의 63%는 농민이고 시골에 산다”는 잘못된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헝가리의 교과서에는 한반도를 “징기스칸 제국”이라고 하거나 “한 제국 시대 중국 땅”이라고 표시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현지에 주재한 대사관은 한중연 측의 시정 요청에 회신을 하지 않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외교부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에 대한 비자 시사 업무를 직원 1명에게 맡기는 등 공관별 업무량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않고 비자 심사 인력을 배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입국 비자를 신청한 사람만 12만1600명이었는데 직원 1명이 비자 심사 업무를 전담했던 것. 베트남 서남부를 관할하는 주호치민 총영사관에도 같은 해 10만919명이 비자를 신청했지만 이 비자 심사도 사실상 1명이 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한국의 폐업한 업체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면서 국내 체류비자를 신청했는데 대사관이 불법체류를 의심하지 않고 비자를 내준 사례도 적발됐다. 주몽골대사관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8명의 외국인으로부터 이미 폐업한 업체의 초청장을 비롯해 부적합한 서류를 제출받았는데도 비자를 발급해줬다. 이렇게 비자를 발급받은 8명은 감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2월까지도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 이후 법무부는 재외공관이 초청업체의 사업자등록상태를 필수 확인해야만 비자를 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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