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흑인 남성 누드 등 금기 도전
인체·꽃 담은 흑백사진 25점
"이 사진을 보십시오. 이것이 정녕 세금으로 지원할 만한 예술입니까."
1989년 여름 미국 의회 본회의장에 보수파 상원의원 제시 헬름스가 격앙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의 손에는 몇 달 전 에이즈로 사망한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작품들이 들려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성기를 노출한 사진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의 회고전은 전격 취소됐고 미국예술기금(NEA)이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자료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정안이 발의됐다. 정부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격렬한 문화전쟁의 서막이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메이플소프의 전시가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5년 만에 다시 열린다. '형태의 시학'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고즈넉한 한옥 공간에서 1970~1980년대 핫셀블라드로 찍은 흑백 사진 25점을 배치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의 협력 아래 실버 젤라틴 종이로 인쇄 가능한 최대 크기인 '오버사이즈'(137.2×137.2㎝)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실버 젤라틴 인화 방식은 강한 흑백 대비를 통해 피사체 형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법이다.
생전 그는 남성 누드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대에 흑인 남성 누드를 과감하게 카메라에 담은 문제적 작가였다.
전시의 대표작 '토마스'는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 원형 틀을 두고 그 안에 흑인 남성 누드를 배치했다. 모델의 머리, 팔, 어깨, 등, 다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선들은 고대 그리스 조각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완벽한 인체를 연상시킨다. 또 다른 작품 '칼라 릴리'는 한 송이의 백합을 담았다. 백합은 전통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하지만, 메이플소프는 위아래로 길게 뻗은 백합의 형태를 통해 오히려 남성성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창조했다. 전시는 오는 7월 19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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