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응답자 1/3은 남한이 바이러스 보냈다고 여겨”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등 연구진은 17일 ‘봉쇄된 국경 너머: 북한의 코로나19 경험 관찰’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 100명을 인터뷰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북한 당국이 자국의 팬데믹 상황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외부 지원을 받아들였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끔찍한 과실”이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은 2020년 겨울 요양원 내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관이 부족했다”고 증언했다. 인터뷰 대상자 100명 중 87명은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39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92명은 자신이나 지인이 코로나19에 걸렸던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바이러스 청정국’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코로나 피해 사실을 은폐했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2022년 5월에야 첫 발병을 보고하며 “최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시군을 봉쇄했다. 당시 한국이 대북 전단 살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북한에 퍼트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사 결과 인터뷰 대상자의 1/3은 여전히 한국이 북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냈다고 여기고 있었다.CSIS는 북한 주민들이 아프다고 신고해도 지원은커녕 강제 구금이나 집단 봉쇄로 이어지자 발병 사실을 숨기게 됐고, 공무원들이 증상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며 팬데믹 사태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최종적으로 누적 사망자 74명만을 냈다고 주장하며 “세계 공중보건 역사상 전례 없는 기적”이라고 자찬한 바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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