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문직 확대 주장에
'反이민' 정서 전통 지지자와
빅테크 인사들간 찬반 갈등
머스크, 강경파에 '전쟁' 선포
트럼프 "전문직비자는 훌륭"
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 정책을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존 보수적 지지자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와 새로운 테크 업계 지지자들의 입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엑스(X)에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를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비자) 때문이다"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본격화됐다.
트럼프 지지자 중 이민정책에 강경한 지지자들은 크리슈난이 지난달 X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cap)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란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극우 활동가인 로라 루머는 백악관 내 크리슈난 기용을 비판하면서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공격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공유하는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런 견해는 트럼프의 전통적 지지층인 MAGA 진영 내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머스크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트럼프 지지자들은 반발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AI·가상화폐 차르'로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크리슈난을 옹호했다.
머스크와 함께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임명된 인도계 미국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X를 통해 "우리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왔다"면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 파티 여왕, (우등생인) 졸업생 대표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남학생을 더 찬양하는 문화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배출해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 갈등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28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H-1B 신봉자"라며 "H-1B 비자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독일 우익 포퓰리즘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글을 기고했다.
2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타크 기고를 통해 "AfD는 극우로 묘사되지만, 기득권층에 외면 당하는 많은 독일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현실을 다루는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