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양국 간 광물 협정 초안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의 희토류 지분으로 50%를 요구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12일 베센트 장관이 휴전 후 안전보장을 위해 미군을 배치해 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자원의 절반의 지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그동안 제공한 지원을 우크라이나가 자원으로 갚는 대신, 미국은 종전 합의가 체결될 경우 희토류를 지키기 위해 미군을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제안에는 미국이 향후 제공할 안보 보장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광물 협정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안보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묻자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또한 향후 광물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하겠다고 명시한 점도 논란이 됐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초안에 즉각 서명을 거부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한 법적 검토와 수정 제안 마련 등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이를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과 연결 짓고 있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 광물을 5000억 달러에 인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는 풍부한 희토류와 광물이 매장돼 있지만, 상당량은 현재 러시아 점령지나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분포해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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