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정책 강온파 첨예 대립… ‘관세폭탄’ 실행 미뤄져”

17 hours ago 3

나바로-그리어 등 보호무역주의 주장
베센트-해셋 등은 급격한 시행 반대
“관세 발표 지연은 협상 전략”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약한 고율 관세를 여전히 부과하지 않고 있는 건 행정부 내 이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편 관세를 포함해 고율 관세 부과가 실제 진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관계자들 간에 관세 정책을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4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국가들에, 어떤 세율의 관세를 부과할지, 특정 산업이나 제품에 예외를 허용할지 등 ‘고율 관세 부과 정책’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과 시행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관세 정책을 담당하는 참모들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뉜 데 따른 것이다.

뉴욕 월가 출신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후보자와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축으로 한 온건파는 금융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이고, 물가를 급등시키지 않으려면 급격한 보편 관세를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들은 점진적이고 표적화된 관세 정책 시행을 선호한다. 반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수석 보좌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은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해 보편 관세를 지지하고 있다. 또 고율 관세 부과에도 긍정적이다.

폴리티코는 관세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트럼프 2기 핵심 정책에서 나타난 첫 분열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일까지 무역적자의 원인을 조사하고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 부과 방식 등에 대해 세부 내용이 공개된 건 아직 없다.

베센트 후보자, 그리어 후보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등 경제라인 핵심 참모들이 미 상원 인준을 아직 받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개방적인 무역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내 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지렛대로 자신들의 우려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관세 발표 지연이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라운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결과를 얻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고관세 대상국으로 지목된 멕시코와 캐나다가 마약 밀매와 불법 이민 단속에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밝힌 걸 가리킨 발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은 관세를 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 소식통도 “광범위한 보편 관세가 몇 달 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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