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중국 포위전략’의 일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국가인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수차례 중국 인접국을 통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9일 미국은행연합회 행사에서 “미국의 동맹국은 좋은 군사적 동맹이었지만 완벽한 경제적 동맹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이제 하나의 집단으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고 있으며, 중국은 기본적으로 포위됐다”고 했다.
그간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각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했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한 ‘당근과 채찍’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꾸린다는 것이다.
이번 전자제품의 관세 제외 조치는 동맹국에 제시한 ‘당근’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자기기는 삼성전자, LG 등 한국 기업의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다. 반도체 제조장비에 관세가 부과되면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만 베트남 태국 등이 이번 관세 제외의 최대 수혜국이라고 평가했다. 관세 제외 20여 개 품목이 대만 대미(對美) 수출의 64%를 차지하고 말레이시아(44%) 베트남(30%) 태국(30%) 등도 전자제품 수출 비중이 높다.
최근 친중(親中)으로 기울던 캄보디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에 나섰다. 캄보디아는 대미 관세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5%로 낮추겠다고 4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미국이 발표한 캄보디아 상호관세율은 49%로 미국의 무역국 중 가장 높았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중국 관련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중국과 대치하며 아픈 지점을 들켰다”고 진단했다. 절대 권위로 통치하는 시진핑은 중국 인민이 고난을 견디도록 할 각오가 돼 있음을 입증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