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상금만 1000억 넘긴 남자…우즈 이후 25년만에 ‘전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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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타 잃고 로즈와 연장
18번홀 1.2m 버디 넣고 우승

역대 6번째 커리어그랜드슬램
2011년 4타차 선두서 역전패
작년 US오픈 패배 아픔도 날려

“얘들아 포기말고, 다시 일어서
실망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해”

◆ 조효성 기자의 마스터스 라이브 ◆

로리 매킬로이가 환호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가 환호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꿈은 이루어진다(Dream’s come true).”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GC) 로고가 새겨진 동그란 패치가 붙은 녹색 재킷을 입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매킬로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매킬로이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이 재킷을 입는 데 무려 1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14년 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기회를 날리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이겨내야 했다.

결국 마스터스 토너먼트 챔피언에 등극한 순간 매킬로이는 꾹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연장전에서 승리한 뒤 내 안에서 터져 나온 감정은 어쩌면 14년 동안이나 억눌려 있던 것이었다”며 감격했다.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4라운드. 2타 차 단독 선두로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매킬로이는 산전수전 다 겪었어도 우승을 향한 여정 앞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매킬로이는 “1번홀 티샷을 앞두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등 온갖 증상이 다 나타났다. 하루 종일 식욕이 없었고 다리가 젤리처럼 느껴졌을 정도”라고 돌아봤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GC)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가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UPI = 연합뉴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GC)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가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UPI = 연합뉴스]

코스 곳곳에 함정이 숨어 있어 한 번에 타수를 크게 잃을 수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GC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매킬로이에게 긴장하라는 듯 1번홀(파4)부터 더블 보기가 나왔다. 2타 차 리드가 순식간에 지워지며 LIV골프 멤버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공동 선두가 됐다. 2번홀에선 결국 선두를 내줬다. 그런데 매킬로이는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았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며 단단해진 결과다. 3번홀(파4)에서 선두를 되찾았고 4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3타 차로 달아났다. 오히려 디섐보가 샷 난조로 추락해 승부가 쉽게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복병이 등장했다. 매킬로이 자신이다. 11번홀(파4) 보기에 이어 13번홀(파5)에서 더블 보기를 하면서 줄였던 타수를 모두 까먹었다. 그사이 ‘베테랑’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무섭게 타수를 줄이며 추격했고 결국 공동 선두까지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 매킬로이는 승부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1.5m 파퍼트를 놓치며 결국 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선두로 72홀 경기를 마무리했다. 짧은 퍼팅 실수로 찾아온 기회를 놓친 매킬로이. 지난해 US오픈에서 놓친 78㎝ 퍼트 실수의 트라우마가 떠오를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매킬로이는 없었다. 연장전에서 완벽한 티샷과 세컨드샷으로 1.2m 버디 기회를 만들었고, 로즈가 버디를 놓친 사이 깔끔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길고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스터스 통산 17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우승. 매킬로이는 그린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안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로리 매킬로이. [AFP =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 [AFP = 연합뉴스]

매킬로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이곳에서 우승한 걸 TV로 보면서 제 또래라면 그의 뒤를 잇고 싶은 꿈을 가졌을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며 ‘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기뻐했다.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 PGA 챔피언십 우승 후 정확히 10년246일 만에 다시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매킬로이는 남자골프 역사상 6번째로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또 마스터스에서 대업을 완성한 선수는 진 사라젠에 이어 매킬로이가 2번째이자 남자골프계에서 2000년 우즈 이후 무려 25년 만에 탄생한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매킬로이는 “2011년 역전패를 당한 뒤 14년 만에 해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순간은 오랜 시간, 아까웠던 경험들을 모두 보상해준다. 이제 나 자신을 마스터스 챔피언이라고 부를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마음속 응어리진 2011년 마스터스 4타 차 역전패의 악몽과 지난해 US오픈에서 디섐보에게 당했던 아픔도 한번에 날렸다.

쉽게 찾아오지 않았던 우승. 매킬로이는 ‘2011년 역전패를 당했던 일요일로 돌아가 자기 모습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란 질문에 “그 길을 계속 가. 믿음을 잃지 마”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든 소년·소녀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신의 꿈을 믿고, 계속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면서 “나 또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것, 실망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것에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는 “사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지난 11년간 골프계의 기대에 마음고생도 했다. 영광이지만 감당하기 버거웠다”며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고, 앞으로는 매년 이곳에 돌아오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짓눌렀던 부담감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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