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인 학생의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미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비자까지 취소 검토에 나섰다. 미국이 중국 유학생을 ‘잠재적 스파이’로 간주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대학 교육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 “공산당·과학 분야 中 학생 타깃”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과 연계됐거나 ‘핵심 분야’를 공부 중인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적극 취소할 것”이라며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이를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앞으로 중국·홍콩에서 들어오는 비자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란 방침도 밝혔다. 그는 “중국·홍콩에서 오는 모든 비자 심사를 강화하도록 비자 기준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중국인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취득한 산업과 안보 관련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기술·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유학생 중 어떤 기준으로 공산당과의 관련성을 찾을 것인지 등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핵심 분야 역시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물리·화학 등 과학 분야 연구를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모든 대사관에 신규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날 중국 유학생을 특정해 더 강경한 비자 발급 방침을 밝혔다. CNN 방송은 “이번 조치는 중국인을 비롯한 유학생이 주요 수입원인 미국 대학의 불안감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은 27만7000명에 달해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기 때도 일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줄였다. 2020년 당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군사 대학과 연관이 있는 중국 국적자의 미국 대학 재학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고위험군’으로 특정된 중국 대학원생·연구자에 대한 비자를 1000건 이상 취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한 비자 취소 방침은 규모나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 中 외교부 “정상적 인문 교류 방해”
중국 정부는 자국 유학생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하겠다는 미국 정부 방침에 대해 ‘정치적 차별’이라며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데올로기와 국가 안보를 구실로 중국 유학생 비자를 억지스레 취소하는 것은 중국 유학생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정상적 인문 교류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또 해당 문제를 외교 경로를 통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미국 유학생 추방 등 맞불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중국에서 유학하는 미국인 유학생은 1000명 이하(2023년 기준)로 미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보다 훨씬 적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