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부정적인 경제 지표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을 앞둔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약 1% 하락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3달러(0.89%) 하락한 배럴당 70.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72달러(0.97%) 내린 배럴당 73.19달러로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일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와 WTI는 동반 하락하며 2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WTI는 이날 한때 2% 넘게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축소하며 마감했다.
한편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차이는 12주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3.54달러로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차이가 4달러 이하로 축소되면 미국산 원유 수출의 경제적 이점이 줄어들어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독일 Ifo 경기환경지수는 이달 84.7로 전월(85.6) 대비 0.9 포인트 하락하며 시장 예상치(85.6)를 밑돌았다. 10월 5개월 만에 개선된 후 2개월 연속 악화된 수치다. 독일 기업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국내 산업 부진으로 향후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Ifo 연구소는 "독일 경제의 침체가 만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NG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발표된 마지막 주요 거시 경제 지표라는 점 외에는 Ifo 지수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기 어렵다"며 "올해는 경제 정체가 지속된 또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경제는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5%)를 웃돌았다. 전월 수치 역시 0.4% 증가에서 0.5%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유가 반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시작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하는 차입 비용을 낮춰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로버트 파블릭 다코타웰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앞으로 Fed는 더 나은 물가상승률 데이터를 기다리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1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80% 안팎으로 반영하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